brunch

조너선 글레이저

by Vera Ryu

그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꾸깃한 종이를 들고 나와 스피치를 할 때 나는 그가 누군지 잘 몰랐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에 관해 내가 느끼던 답답함을 가장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되게 초라해 보였다. 떨리는 손과 목소리로 큰 의제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조너선 글레이저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바로 그 영화 <언더 더 스킨>을 만든 사람임을 알게 된 건 고작 어제의 일이다. 그 사실을 알고는 정말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런 작품을 만들었기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만들 수 있었고 나아가 오스카에서 가자 지구 폭격을 이야기할 수 있었구나! 그의 삶과 사고의 궤적이 보이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영국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예술인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는 걸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왓츠 인 마이 배쓰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