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basic

고인물은 캐쉬템을 쓰지 않는다

by Vera Ryu
스탑 메이킹 센스_메인 포스터.jpg


결국 점잖게 말하기에 실패했으니 편하게 쓰겠다. 나에게 이 영화는 게임 고인물이 정점을 찍은 스킬을 아무렇지 않게 툭 보여주는 것 같았다. 왜?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게임에서도 캐쉬템을 써서 화려하게 기를 죽이는 유저가 가장 먼저 키보드 배틀에서 패배하고,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어린이용 장난감 드럼으로도 미친 비트를 찍어낸다.


<토킹헤즈 77>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낸 첫 앨범부터 주목받았던 토킹헤즈이긴 하지만, 그들이 평단과 대중 모두에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인기의 절정을 찍었던 시점이 이 콘서트 필름을 녹화하고 발표했을 시기이다. 또 한편 <스탑 메이킹 센스>가 이들이 함께 촬영한 마지막 콘서트 필름이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런트맨 데이비드 번과 나머지 멤버들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들은 앨범 홍보 차원에서 콘서트 앨범이자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 항상 대중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실험적인 요소를 음악에 넣어온 밴드답게, 영화 역시 일반적인 콘서트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몇몇 있다. 그리고 그 지점들은 콘서트의 여러 구성 요소가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스틸 2.jpg


무대 구성

무대 구성은 노골적으로 심플하다. 데이비드 번의 발과 카세트로 시작해 티나 웨이머스의 베이스가 추가되고, 크리스 프란츠, 제리 해리슨이 차례로 나온다. 코러스가 나오고 타악기가 나오며 무대 공간은 꽉 찬다. 무대 구성물 효과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투박하게 네모난 발판에 악기가 실리고 다음 트랙 차례가 되어 멤버들이 나올 때마다 인부들이 무대를 옮기는 모습이 데이비드의 뒤로 다 보인다. 단순한 구성이다. 그렇지만 차례로 준비되는 무대를 보는 관객은 얼마나 기대가 될까?


촬영

무대만큼이나 촬영도 기이하고 심플하다. <스탑 메이킹 센스> 촬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오로지 무대에 집중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콘서트 필름’의 가장 큰 묘미는 일반 관객으로 갔을 땐 볼 수 없는 무대 뒤의 모습, 바로 백스테이지 영상이다. 무대 뒤에선 무대 위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데도 보여주지 않다니!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을 제외하면, 오로지 무대 위, 관객의 표정도 보여주지 않고 무대만 보여준다. 담담히 시작된 무대가 점차 땀이 흥건한 난장판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매력이 있다.


의상

콘서트에서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것이 의상 아닐까? 의상은 콘서트의 시기를 구분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무대의 한 부분으로 연출되는 예술이기도 하다. 이 날 토킹 헤즈는 무채색 옷을 입었다. 특별히 리폼된 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복이다. 이 영상이 40년 전에 촬영한 것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4K 화면으로 보면 어려울 것이다. 왜?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입은 채 노래하니까.


스틸 4.jpg


그렇다고 해서 <스탑 메이킹 센스>가 ‘평범함’을 지향하냐? 그렇다면 토킹 헤즈가 될 수 없다. 밴드는 무대의 많은 시각적인 요소를 단순하게 만드는 대신, 일부 요소들에 강조점을 두었다. 음악적 요소와 안무다. 토킹 헤즈의 사운드는 원래 복잡하고 화려하다. 데이비드 번은 아프로비트와 가스펠 등을 음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데이비드 번의 유명한 물결 춤을 <스탑 메이킹 센스>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시켰듯, 안무야말로 긍정적인 면에서 과잉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정제된 듯 단순하고 큰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안무로, 많이 정제된 무대 요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01_토킹 헤즈_과거_@WallStreetJournal.jpg


톰톰클럽

크리스와 티나는 밴드 초기부터 함께한 커플이다. 토킹 헤즈는 항상 함께 활동하지는 않았고, 이따금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던 시기들을 지나왔다. 톰톰클럽 역시 티나와 크리스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티나의 톡톡 튀는 보컬과 크리스의 낮은 보컬의 조합은 자유자재로 변화하며 악기처럼 느껴지는 데이비드의 목소리와는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너무 귀여운 커플이지 않은가?




원문: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763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블랙미러 ’레버리 호텔’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