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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를 또! 공부하며

by Vera Ryu

브라질 교환학생 생활을 마무리하고 연말-연초에 남미를 돌아다니던 때의 일이다. 나는 한국인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남미여행의 정수, 바로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 있었다.


나의 남미여행을 생각하면 좀 수치스럽다. 나는 요상한 언어 자존심 같은 게 있다. 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여행 일주일 갔다 와서 마치 현지인이라도 된 양 그 나라의 단어 몇 개를 주구장창 쓰는? 뭐 그런 거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난 거기서 스페인어를 주구장창 써댔다. 전공 언어인 포르투갈어 보너스도 받아서, 스페인어는 얼추 감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우유니 사막으로 돌아와서, 아무튼 나는 여차저차 가이드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말이래도 통하면 뭘 더 주고 싶듯이, 보너스 사진도 찍고 가이드와 소통할 수 있음에 우쭐함도 느꼈던 것 같다. ㄷㄷ;;


그러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브라질에서 왔냐고 묻는 거다. 엥?????? 어떻게 알았어요? 이 지랄을 하니 가이드랑 그 옆에 보조 가이드가 파하하 웃었다. 별 말은 해주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스페인어 벼락치기를 하고 있다. 공부를 다시 해보니 왜 그들이 내가 브라질에서 온 것을 단박에 알아봤는지를 알 것 같다. 단어가 너무 다르잖어~~!


그렇지만 이번에도 그곳에 가서 마치 현지인인 양 스페인어를 마구 쓰는 게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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