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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Oct 30. 2021

거절받기는커녕 말 거는 것조차 힘들었다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 같은데 그 유대인 밀집지역에 사는 유대인들이 얼마나 외부인을 기피하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깨달았다. 예전에 상상했을 때에는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멋진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 역시나 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에서 출발하여 전철을 타고 브루클린의 유대인 밀집지역 지하철역에 내리니 영화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누가 봐도 유대인으로 알아볼  있게 전통복장을  유대인들이 걸어 다녔고 뭔가 뉴욕이라 하기 힘들만한 광경이었다. 밝은 햇살 속에서 유대인들은 어른 아이   없이 어딘가 분주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들 속에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는데 처음에 눈길을 살짝 주더니 이내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조금 들뜬 마음으로 길을 걸어가면서 유대인에게 말을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오전 아침시간대 였고 날씨가 정말 좋았다. 다들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가는 걸까?


 번째로 길가에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는데 단순히 인사  영어를   아냐는 물음에 아이는 놀라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이때 힘이  빠지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들었던 생각이 외부인이랑 어떤 대화도 하지 말라고 교육 받은건 아닌지 의심도 되었다.


두 번째로 어떤 중년 남성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모르는 언어로 어떤 말을 한 뒤에 영어로 자기 할 일이 있다며 제 갈길을 갔다.  그래도 무시하지는 않은 게 다행이었다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더 시도해보기로 한다.


세 번째로 어떤 유모차를 끌고 있는 부인에게 내가 유대 회당 위치를 물어봤는데 다행히 대답은 해주었으나 좀 차갑고 조금은 귀찮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는 말 걸기가 힘들었다. 그냥 시작부터 소통 거부의 뉘앙스를 적극적으로 내비치니 내가 뭘 원하는지 말할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동네길을 약 세 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면서 말을 걸만한 인상을 가진 사람과 타이밍을 찾았는데 그러한 타이밍은 오지 않았다. 아, 어두워질 때쯤에 어떤 한 유대인 중년 남성이 내쪽으로 걸어와 그 타이밍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내가 있는 도보 건너편으로 가버렸다. 날이 어두워지고 길에 우둑하니 서 있으니 좀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이제와서 해본다.


모든 문이 막혔다고 생각했고 내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릴 생각을 해봤는데 그건 정말 엄두가  났다. 문전박대당하는  모습이 너무도 뻔하게 그려졌다. 그렇게 고민끝에 결국 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했다.


하지만 그날 한 가지 희망이 보였다면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 어떤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유대인에게 낮에 메신저로 혹시 이 지역에 알고 있는 유대인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열심히 내가 구체적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었고 본인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준다고 하였다. 그때 내 발길을 돌렸던 게 그것 때문에 안심이 됐던 탓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돌아가지만 다른 방식으로라도 남은 기간 동안 시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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