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건넨 위로 - 감정 리뷰 에세이 <미지의 서울> 9회
“왜냐니? 뭐, 대신하는 것도 끝났으니까 난 내 자리로 가야지”
“대신하는 거 끝났으니까, 이제 니 자리, 내 자리할 거 없잖아. 미지 네가 있고 싶은 곳에 있는 거지.
이 장면에서 나는
말 한마디 못하고 멈췄다.
스크린 속 대사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
내 마음 안쪽에 쌓여 있던 오랜 돌덩이를 톡 건드린 것 같았다.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고향, 가족, 익숙한 집, 손에 익은 동네.
그 자리가 편해서라기보단,
어디 갈 곳도, 갈 수 있다는 상상도 못 해서 머물렀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자리였고,
누군가 정해준 ‘여기가 네 자리야’라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앉아 있었다.
그런 내게,
누군가 이렇게 말해준 적은 없었다.
“네가 있고 싶은 곳에 있는 거야.”
그 말은 허락 같았고,
위로였고,
무엇보다 새로운 문 하나가 열리는 소리였다.
"나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처음 생각해 봤다.
내가 머물렀던 자리가
“내가 선택한 자리”가 아니라,
“머물 수밖에 없었던 자리”였다는 걸 깨달으면서.
그 장면 이후,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있는 자리는 정말 내가 원하는 곳이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딜까?”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이제는,
어디에 있고 싶은지 고민할 자유가 있다는 걸 안다.
그걸 깨닫게 해 준 한 장면.
그 짧은 대사 하나가,
내 머릿속 '틀에 박힌 지도'를 조용히 바꿔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