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건넨 위로 :감정리뷰 에세이 <트리거> 5회 중에서
"그게 잘 안 돼.
나라도 이렇게 계속 싸워야 남의 귀한 자식들 지킬 수 있으니까.
이대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추운 겨울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1인 시위 중에 쓰러졌다.
그 길을 지나던 경찰인 주인공이 부축해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준다.
그녀는
악덕 사장 밑에서
무리한 야근과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하다
사고로 젊은 아들을 잃었다.
"한 시간씩 쉬어가면서 하시라니까요."
'시위를 하지 말라'라고 차마 말릴 수 없었던 주인공이 늘 그녀에게 하던 말이었다.
그 말엔 걱정이 담겨 있다.
그때,
그녀는 슬픈 미소를 띠며
담담히 말한다.
"그게 잘 안 돼.
나라도 이렇게 계속 싸워야
남의 귀한 자식들 지킬 수 있으니까.
이대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자기 아들을 잃은 슬픔에만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의 자식까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처럼 또 누군가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
끝도 보이지 않는 시위,
추위와 싸우고 외로움과 맞서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 한마디 속에 다 들어 있었다.
그 마음은
짠하고, 아프고, 슬프고…
그런데 또
너무도 크고 단단해서
차마 아무 말도 덧붙일 수가 없다.
세상은
잘 변하지 않는다.
나쁜 사람은
너무 오래, 너무 익숙하게
나쁘게 살아남는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싸워왔기에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것들이
하나씩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느 날 지켜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늘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이렇게 울면서도
멈추지 않는 누군가의
끈질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 5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