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뒷이야기』② 작은 습관이 만드는 탄소중립의 길
‘환경을 위해 텀블러 하나쯤은 가져올 줄 알았다.’
그건 순진한 기대였다.
아침 10시, 대전 서구 둔산동의 프랜차이즈 카페. 출근길 시민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떼지 않고 손님들의 손을 살폈다. 하지만 그 누구의 손에도 텀블러는 들려 있지 않았다.
텀블러를 쓴 사람은 없었고, 카운터 앞에 ‘개인컵 사용 시 포인트 제공’이라는 안내문은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텀블러 사용 손님이요? 아직 한 번도 못 봤어요.” 직원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그는 이어서 “사실 저희도 적립 태블릿을 꺼내놓지 않아서, 손님이나 저희나 조금 번거롭긴 해요”라고 덧붙였다.
‘제로웨이스트 카페로드’는 대전 서구가 올해 시범 도입한 환경 프로젝트다. 둔산1동의 12개 카페를 대상으로, 텀블러 이용 고객에게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음료나 굿즈 구매에 활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국비·시비·구비를 합쳐 총 3000만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정책의 진입 장벽은 다름 아닌 ‘습관’이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취지는 좋은데, 매번 텀블러를 챙기기엔 좀 번거롭죠.”
또 다른 이의 말은 더 직접적이다. “환경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솔직히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나요?”
한 카페 사장은 “가끔 텀블러를 가져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처음엔 시도하다가 금세 포기하더라고요. 결국은 편한 게 이기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실험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순 없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런 시도 자체는 필요하다”는 공감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아직은 ‘정책’이 ‘일상’이 되기엔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탄소중립은 누구 하나의 실천만으론 도달할 수 없는 목표다. 정책의 방향성과 시민의 자발성이 교차할 지점을 찾기 위해선, 조금 더 직관적이고 익숙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텀블러를 든 한 사람이 늘어나기까지, 그 기다림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 기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로웨이스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