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뒷이야기』①
역사와 기억은 시간을 넘어선다.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시대의 단절을 뛰어넘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피어난 저항의 정신은
그해 대전의 거리와 광장에도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계엄령 아래, 충남대와 대전역, 서대전시민광장에 모여든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광주’의 이름으로 외쳤고, 때로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붙잡혀가고, 처벌받고, 묻혔다.
이제 그 이름 없는 저항의 자취를 다시 불러내는 일이,
한 도시의 시민들에 의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오는 5·18민중항쟁 제45주년을 앞두고
대전 시민사회는 ‘오월결상(五月結像)’이라는 이름의 조형물 건립을 공식화했다.
5월과 결(맺음), 상(형상)이라는 이름이 결합한 이 상징물은,
그저 조형이 아닌 기억의 장치이자 쉼의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누군가 앉고, 쉬며, 문득 지난 시대의 민주주의를 떠올리는 그 자리.
그곳에 ‘오월의 빛’을 앉히겠다는 의지다.
이들은 말한다.
“5·18은 광주만의 역사가 아닙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분수령이며, 대전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그 기억도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하지만, 걸상 하나를 놓는 일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시민단체가 설치 장소로 제안한 서대전시민광장은
도시계획상 ‘녹지형 광장’으로 분류돼 있어
시설물 설치가 어렵다는 시의 판단이 있었다.
조형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조항,
그리고 형식과 기능을 둘러싼 해석의 충돌.
이에 대해 추진위는
“해당 광장에 신채호 동상도 이미 존재하며,
걸상형 조형물은 시민 편의시설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법률 자문도 진행 중이며,
필요할 경우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이들은 덧붙인다.
“전국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 중인 조형물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큰 문제 없이 공공부지 내 설치가 이뤄지고 있는데,
유독 대전만 예외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 아쉽습니다.”
아직 대전시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법령 해석과 절차적 정당성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는 진행 중이며,
향후 시민사회와의 협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광주’만의 기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대전이 1980년의 숨결을 기억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를 삶의 공간에 새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걸상 하나로, 거리 위에 기억 하나를 더한다는 것.
그것은 조형을 넘어,
한 도시가 ‘나는 기억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이다.
이제, 오월은 광주를 넘어 걷기 시작했다.
그 걸음의 끝에 대전이 놓여 있다면,
그 또한 민주주의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