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되돌려 받을 것이란 기회비용의 기대감
오늘따라 덜컹거리는 소리가 여느 때 보다 요란하게 느껴진다.
늦은 오후 지하철,
70대 즈음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갑자기 큰 소리를 친다.
"요즘 것들은 양보를 안 해!"
목소리 데시벨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고개를 잠시 돌렸지만
워낙 지하철 빌런이 많은 시대라 다시 이어폰을 꽂고 각자만의 세상을 바라본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아 보였는지
직접 젊은 친구에게 다가가서
'옆에 다리 아픈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라고 대놓고 뭐라 한다.
노약자석이 아니었지만 젊은 친구도 뻘쭘했던지
그 자리를 일어나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젊은 친구가 일하느라 더욱 힘들 텐데..
마저 타고 가라'라고 그 불편한 상황을 벗어났다.
'요즘 것들의 양보?'
나는 어릴 적 소리치는 어른들이 무섭고 싫었다.
선생님께 맞는 것도 당연했고
버스나 지하철 앉아 있어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못해서
무조건 어르신께 양보했고
어른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당연하게 유교보이가 되어갔다.
'각자도생의 지금은?'
다시 되돌려 받을 것이란 기회비용의 기대감이 없는
스스로 살기를 꾀하는 지금, 우리들에게 '양보는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릴 적 과학시간에 물체를 던지는 실험을 많이 해 보았을 것이다.
"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변환된다"는
선생님의 귓전 명상 같은 잠 오는 이론을 듣다가
수업시간에 목만 움직이는 인형처럼 꾸벅꾸벅 졸았던 기억이 난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이론을 오래간만에 적용해 봤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물리학의 기본 원리로 에너지는 소멸되거나
창조될 수 없으며 변환만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총에너지는 일정하게 유지'되며,
'에너지는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환되는 것'이라는 법칙이다.
즉 에너지는 생성·소멸되지 않고 "에너지양은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삶에도 지금 이 질량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본다.
인생을 우리 에너지(Energy)에 비유해 보자.
보통 에너지는 삶의 생애주기에 내가 일(Work)을 할 수 있는 능력정도로 갈음하면 될까?
내 주변에는 많은 형태의 에너지가 존재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에너지는 유한하며 창조될 수 없다.'는 법칙이 맞다면
"내가 태어나 얻은 100이라는 에너지는 더 늘어나지 않고 유한한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렇다면 20은 노는데 쓰고 10은 저축 30은 일하는데 등등 쪼개어 계획을 짜야한다.
지금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에너지가 중요하지 않는 곳에 사용되지 않도록 절약하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게다가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미래가 없기 때문에
다시 되돌려 받을 것이란 기대감 따윈 없어졌다'
내 유한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는다!'
연금도 제대로 못 받을 수 있는 젊은 세대에게
[질량보존의 법칙 law of conservation of mass ]이 적용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주식이나 로또 코인 등 큰 행운에 기대를 거는 것은
어찌 보면 '미래를 지켜주는 것은 온전히 나 스스로밖에 없다'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세대를 거슬러 이렇게
젊은 사피엔스는 그 세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세대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다름의 문제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라고 힘들지 않았겠나.
지금 발전의 얼개와 평화로움이 있었던 것은 그분들의 피와 땀이란 것은 분명하다!
에어컨 하나 없이 여름을 나고
치킨 하나 먹는 것은 특별한 날 아님 어림도 없었던
그 시절을 알기나 할까?
위로는 부모를 받들고 아래는 자식을 위해
온몸을 갈아 쓰는 그 힒듬을 무엇에 견줄까?
잘났건 못났건 간에 이 세대의 자식이 우리들이다.
각자 세대에는 각자에게 주어진 무게가 있다.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젊은 사람에게 호통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며
여유가 없더라도 몇 분 서가며 다리 불편한 할머니에게 양보 못할 이유도 없다.
"우린 지금,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