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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가영 Nov 17. 2024

책을 읽는 이유는...

가와시마 류타의 <독서의 뇌과학>을 읽고

전날 과음을 좀 했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운 좋게도 주말 중 하루만 일하게 되어 늦잠을 잤다. 아침형 인간이어서 늦잠이라 해봤자 8시 반이면 눈을 뜨지만 아이들은 아직 꿈나라다. 닭이라면 종류 불문하고 너무나 좋아하는 아들이어서 오늘 아침 메뉴는 닭볶음탕이다. 실은 매일 아침 준비하고 출근하기가 부담스러워 엊그제 밀키트를 잔뜩 주문해 놨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냄비에 냉동된 닭갈비를 녹인다. 각종 야채를 썰어 그 위에 놓고 모짜렐라 치즈로 대미를 장식한다. 0가네 닭갈비의 매콤 달콤한 냄새와 얼추 비슷하다. 라면과 떡도 사리로 넣어준다.

"무슨 냄새야? 와우 맛있겠다"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이 맛을 말해준다. "엄마 요리 실력 늘었네. 오늘 진짜 끝내준다" 딸아이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좀 뜸을 들이자 눈치 빠른 그녀는 "아~엄마 밀키트구나. 어쩐지...."

"아니라고! 엄마가 이거 저거 많이 첨가해서 더 맛있는 거야."

배가 부르자 몸이 나른해진다. 주독도 뺄 겸 애들이랑 숯가마나 찜질방, 이것도 싫다고 하면 집 바로 옆에 있는 부모산이라도 꼬셔서 올라가 볼까 했는데 김이 팍 센다. 남매 모두 친구들과 12시에 약속이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외롭다. 혼자서 숯가마를 가기에는 아직 용기가 없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가 친구도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하며 물걸레 청소기를 돌린다. 걸레가 중간에 빠지자 괜히 심통이 나서 내던지고 소파에 누웠다.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멍 때리고 있는데 b에게 문자가 왔다. "머리 염색할 때 된 것 같던데 아뜰리에b 안 올래?" 미용실 원장님을 남편으로 둔 호사를 오늘 톡톡히 누린다. 무슨 빈덕이 났는지 커트에 염색, 아로마클리닉까지 풀 서비스를 해준다. 남편 손에 머리를 맡기고 가와시마 류타의 <독서의 뇌과학>을 읽는다.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독서가 뇌에 미치는 영향과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가 궁금하던 차였다. 책의 저자인 가와시마 류타는 도호큐대학 가레이의학연구소 소장이다. 인간의 뇌 활동을 측정하고 가시화하는 연구를 수 없이 진행해 온 뇌과학자다. 치매 환자들의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는데,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문장을 소리 내어 훈련을 실시한 결과 이 훈련만으로도 치매 환자들의 인지 기능이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작가는 독서가 뇌 활동에 초래하는 다양한 혜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얇은 책 한 권을 읽기만 해도 직장인의 창의성이 향상된다.
독서 습관은 아이들의 뇌 발달을 촉진하고 학업 능력을 높인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면 정서적 상호작용이 일어나 육아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가와시마 류타의 <독서의 뇌과학> p21~22,


작가는 MRI를 사용해 묵독(눈으로만 읽는 것)과 음독(소리 내어 읽는 것)을 피험자들에게 하도록 실험을 했다.

이런 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독서는 뇌의 전신운동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독서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중략) 뇌도 다른 장기나 기관과 같다. 매일 책을 읽으면 뇌의 기초 능력도 향상된다.  같은 책 p33~34

뇌과학으로 증명된 독서의 효능이 이뿐이랴. 작가는 독서가 치매 증상을 되돌리는 최고의 처방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성형 AI를 다르기 위해선 제대로 된 질문과 명령을 던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존재가 되기 위해 독서가 필수라고 말한다. 이건 충북교육청 핵심정책 중 하나인 독서교육을 강조할 때 늘 교육감님께서 하시던 말씀이라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였다. 결국 AI를 잘 다루기 위해선 인간이 직접 명령어를 제시해야 한다. 지혜를 고도화시키기 위한 답을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독서뿐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스마트폰으로부터 뇌를 지키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나 식사 중에는 메신저 등 알림을 바로 확인하지 않고 어른 먼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라고 제안하는데 나조차도 당장 실천하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을 앞둔 시기, 작가는 학습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올바른 방법도 제시한다.


학습에 태블릿 PC를 이용할 때는 개별학습보다는 그룹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룹의 의견을 정리하고 발표 자료를 만드는데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교육 현장에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는 방식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추적 조사를 통해 현장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같은 책 p382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교육청의 정책을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아주 적중한 책이었다.

자기 주도적 학습 동기를 부여해 수업을 설계하고 기초학력 진단 등을 할 수 있는 다차원 학생성장 플랫폼, 충북교육청의 '다채움'과 독서 교육을 강조하는 '언제나 책봄'을 균형감 있게 버무려야 한다.

서책과 전자책을 병행하고, 아날로그와 첨단 디지털을 지혜롭게 혼용하는 것이다. 줄공책에 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아날로그적 시간과 전자책으로 다양한 자료와 책을 서핑하며 그룹 학습을 하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서책으로 다시 사서 읽는 것이다.


책의 긍정적인 효과는 차고 넘치지만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엊그제 기자 후배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눴던 따뜻하고 유쾌한 경험을 매일 할 순 없으니까

책 속에서 더 많은 인물을 만난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색다른 곳을 여행하고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책은 날 외롭지 않게 한다.

내 곁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과 멜랑코리는 가끔 날 당황스럽게도 하는데 그럴 때 책을 읽다 보면 그 세계에 빠져 보통의 나로 다시 돌아오는 걸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잘 웃고 회복 탄력성이 높아 긍정 에너지가 많은 내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만약 누군가가 묻는다면 독서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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