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을 읽었다. 폭염이라지만 작가의 마지막 문장을 읽어 내려가기까지 더위를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했다.
삶의 궁지에 몰린 이혼녀가 치매에 걸린 친정 엄마가 죽자 연금을 타내기 위해 관을 만들어 집에 보관한다. 거의 엽기적인 시체 유기 사건이다. 하지만 작가는 주인공 명주를 범인이 아닌 이 사회 구성원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삶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든지 과하지 않게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명주를 이해하게끔 만든다.
b의 입원 후 병실에서 읽은 세 권의 책 중 첫 번째였다. 마침 다인 실을 쓰고 있는 내 옆에는 치매 할아버지가 있었다. 5일의 입원 기간 중 3박 4일을 요양보호사 아줌마와 할아버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귀로 듣고, 눈으로는 이 책을 읽었다.
"할아버지 왜 자꾸 링거줄을 빼는 거야? 돌아버리겠네" "나 아무것도 안 했어" 하며 시치미를 떼는 치매 할아버지와 요양보호사 아주머니의 대화를 들으며 주인공 명주를 향해 음식을 던지는 치매 걸린 명주의 어머니를 상상했다.
눈을 돌리면 학원만큼 많아져 보린 요양보호시설, 점점 노령화가 되는 이 사회는 노인의 숫자만큼 이 노인들을 받아들이는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특히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들에게 늙어간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서럽고 슬픈 현실로 다가오는 게 현실이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면서 그저 기사로만 다뤄왔던 우리 사회 내면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책으로 간접 경험을 하면서 시간의 귀함을 다시금 느낀다.
계속되는 비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지칠 수 있는 여름이다. 마흔넷의 이 여름의 기억들을 쉽게 잊지 않기를.... 곱씹으며 앞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를 좀 더 슬기롭게 보내기를 기도한다.
지금껏 당연하게 누려온 가족이 주는 안정과 경제적인 형편, 무엇보다 치유할 수 있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책. <우리가 겨울을 지나는 방식> 시간 나시면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