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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이 주는 선물

이래서 여행은 떠날만하다.

by 임가영

아이들은 하루 종일 수영을 해서인지
숙소 침대에서 그간 못 본 핸드폰을 보고 있다.

여행 3일 차, 냐짱 호텔 음식이 좀 물려 블로그에 나온 글을 참고해 처음으로 이곳 배달 어플을 이용해 저녁 식사를 시켜봤다. 한국의 배민과 똑같아서 전혀 어려움이 없는 걸 보면 세상 참 좋아졌단 생각을 새삼 한다.

수많은 블로그에는 타국에서의 호텔 체크인부터 조식, 수영장 이용 시간, 현지 레스토랑 맛집 등 다양한 정보가 넘쳐난다.

나 역시 큰 도움을 받았지만 가끔 정보성 소개 글이 아닌 여행자의 발자취가 엿보이는 감성 돋는 글을 만나면 괜스레 반가워진다.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냐짱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
베스트 가이드가 될 자신감이 생겼다.

음식이 오길 기다리며 반쯤 읽었던 백수린 작가의 '눈부신 안부'를 읽는데 전혜린 작가 얘기가 나온다.

예전에 내가 국민학교 시절 엄만 전혜린의 책을 소파 밑에 잔뜩 쌓아놓고 읽었다. 어린 나이인데도 전혜린이란 작가 이름이 예뻐서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전혜린의 이름을 보고 엄만 그때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까 떠올린 적이 있는데...
책 속에서 작가의 이름 석 자를 발견한 것뿐인데

갑자기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베트남 냐짱의 호텔에서 와인 반 병을 마시고 엄마를 생각한다. 며칠이지만 몹시도 보고 싶은 엄마♡

엄마 생각이 나서 딸과 함께 밤바다를 보러 나갔다.
훈훈한 밤공기와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태국이 생각나는 플루메리아 꽃향기가 바람결에 볼을 스친다.

밤이라 그런지 취기가 좀 있어서 그런지 버기가 좀 빠르게 느껴진다. 놀이 기구라도 탄 듯 신나 죽는 우리 딸.

까만 밤하늘에 솜사탕처럼 폭신하게 생긴 구름,
리조트에서 비춰주는 조명 아래
우리 둘의 그림자가 비친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다리가 길어졌다며 서로의 얼굴을 보자 웃음이 터진다.

딸이 젖은 모래 위에 쭈그리고 앉아 글자를 쓴다.
<정규♡정자>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이다.
낯선 땅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 예쁘다.

이래서 여행이란 떠날만하다.
항상 함께여서 존재의 가치를 깊게 생각지 않았던
사람이나 혹은 그 무언가에 대해서 깊이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한다.


낯선 공간이 주는 선물.
여행... 내가 살아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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