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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랑이야!

새어 나오는 아쉬운 맘에 행복을 담는다.

by 임가영


여행도 이제 후반부로 접어든다. 세 번째 숙소로 옮겨 남은 이틀을 보내야 한다. 나짱에서 마지막 숙소라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있는데도 벌써 아쉬운 마음에 어쩔 줄 모르겠다.



귀차니즘 끝판왕인 아들은 호텔서 저녁을 해결하자고 했지만 로컬 식당 찾는 재미가 쏠쏠해진 b는 리조트에서 10분 거리인 깜란으로 나가자고 했다.


검색을 통해 현지 맛집을 찾았다! 저녁 7시쯤 되자 한국인은 우리 가족뿐이고 베트남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오예 성공!'



메뉴판을 봐도 도통 모르겠고 파파고를 돌려도 소용이 없어 느낌만으로 콤보 4를 시켰다.

버섯 말이 소고기, 옥수수, 새우, 곱창, 그리고 정체 모를 무엇이 있었는데 쫀듯하니 맛이 좋아 추가로 더 시켜 먹었다.

그런데 나중에 우연히 검색하다 발견한 건데 그 의문의 쫄깃한 무엇은 개구리였다.

꼭 개고기를 염소고기로 속고 먹은 의문의 한방이었지만 이미 뱃속에서 술과 함께 잘 섞였고, 너무나 맛있었기에 나만 알고 있기로 했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붙잡을 수 있다면 잡고 싶을 만큼. 그간 살면서 힘들고 지쳤던 시간들이 여행을 통해 보상받는 느낌이랄까?


대낮보다는 강한 햇살이 줄긴 했지만 아직 밤인데도 훈훈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풀장에 온몸을 던진다.



밤이라서 그런지 수영장에 우리 가족뿐이다. 손가락 발가락 사이로 빠지는 물결에 개구리처럼 온몸을 쭈욱 편다.




여행의 기간이 줄어들수록 아쉬운 마음이 자꾸만 새어 나온다. 현재 이 순간을 만끽해야 하는데 낼모레 떠날 날을 떠올리면 아까워하고 있다.

이런 바보. 지금의 충만한 행복한 마음을 아쉬운 마음 위에 꾹꾹 눌러 담는다. 금세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낮에 수영하면 많이 탈까 봐 애들은 좀 방에서 쉬기로 하고 난 호텔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때마침 스파 프로모션을 한다. 60분 받으면 플러스 30분!

야호! 호재를 외쳤지만 나만 그랬나 보다. 스파에서 손님이 밀린다고 해 20분을 기다렸고, 난 원래 숙소에 돌아오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1시간가량 더 늦었다.


내가 좀 늦자 숙소에선 난리가 났나 보다. b가 엄마 찾아오겠다며 나갔다는 거다.

딸한테서 보이스톡이 왔었는데 마사지하느라 못 받은 게 화근이 됐다.

그사이 b는 엄마가 납치된 거 아니냐며 중얼거리며 나갔다는데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10여분 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방 문으로 들어오는 b!


"여보 너 하도 안 와서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레드 원피스 입은 여자 봤냐고 물어보며 돌아다녔잖아!"


사랑받고 있었구나! 나!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온통 여행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은 글 같아서 좀 쑥스럽긴 하지만 우리 여행의 기록이니까.


아... 좋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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