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가영 Feb 05. 2024

<언제나 책봄> 첫 번째 이야기

이석원의 '어떤 섬세함'

'줄공책에 나의 하루를 적었던 열 살 무렵부터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형식으로든 내 삶을 기록하는 글쓰기를 줄곧 해왔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기쁨에 벅차 올라 눈물이 나던 순간에도 날 지탱해 온 건 글쓰기였다. 그런데 최근 새 일을 갖게 되면서 글쓰기를 멈췄다.

그리고 찾아온 변화... 내 안의 내가 자꾸만 꿈틀거린다. 뭐가 됐든 계속 쓰라고, 그래야 네가 살 수 있다고, 살아갈 이유가 된다고...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다. 뭐가 됐는 간에... '




새 옷을 입은 지 석 달이 지났다. 한 달이 1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새 일에 적응한다는 이유로,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먼발치로 밀어냈다. 침대 머리맡에 탑처럼 쌓여 읽는 새 책을 애써 외면한 채 보내온 석 달. 그동안 책을 통해 이뤄졌던 내 안의 나와 마주하던 시계가 멈춰 서자 마음속에 찬 공기가 서서히 들어왔다.


 '이대론 안 되겠어' 하던 찰나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새해 주요 사업으로 독서 교육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름도 예쁜 <언제나 책봄> ! 학생들의 꾸준한 독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발굴하고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취지다.

 새해부터는 충북교육청의 인문고전 독서교육인 <언제나 책봄> 을 통해 내 안에 서서히 들어왔던 찬 공기를 밀어내고 봄의 기운으로 채워나가야겠다.


그래서 내가 새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은 이석원 작가의 '어떤 섬세함'이다.


나의 경우엔 서점에서 고른 책을 보면 현재 내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기자 시절에는 회사에 소속돼 있긴 했지만 취재 아이템 선정부터 기사 작성까지 협업보다는 혼자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새 직장에 와보니 조직 구성원과 함께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00의 법칙, 이렇게 살라는 식의 비슷비슷한 자기 계발서보다는 따뜻하게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절실했다. 뮤지션에서 에세이스트로 오랜 시간 글쓰기를 하고 있는 이석원 작가의 글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가가 혹은 우리가 놓쳤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섬세한 따스함이 묻어난다.

책을 덮는 순간 내 얼굴엔 따뜻한 미소 한 스푼.



남의 하소연을 함부로 징징댐으로 치부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 남들과 대화할 때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이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 누군가 아파 쓰러지면 무작정 일으켜 세울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봐가면서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다시 말해서 주인공은 도움을 주는 내가 아니라 도움을 받는 상대라는 사실을 항시 잊지 않고, 따라서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도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내가 섬세함이라고나 할까.                   이석원의 '어떤 섬세함' 중에서
모쪼록,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 삶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불안과 공포에 대해, 또한 지키고 싶고 지켜야만 하는 우리 일상과 여러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복잡 미묘한 감정과 불안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

*기분 전환용으로 쉽게 책 1권을 금세 읽기 원하는 분들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하고 공감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