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단 한 줄, 반전의 결말
콘라딘이 우리 집에 들어섰던 날 이후로 나는 그가 자기 집에도 들어와 보라고 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도 그는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나 호엔펠스 가의 방패문장을 든 두 개의 독수리상이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 격자 창살 대문 밖에서 멈추어 섰고, 그는 작별 인사를 하면서 묵직한 대문을 열어 양옆으로 향기로운 협죽도가 늘어선, 중앙 현관과 정문으로 이르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가 거대한 검은 문을 가볍게 두드리면 문이 조용히 뒤로 미끄러지듯 열렸고 콘라딘은, 마치 영원히 사라지기라도 하듯, 그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그 모든 의문점들을 거의 매일같이 논의했다. 슈투트가르트의 거리들을 엄숙하게 오르내리거나 때로는 밤하늘에 떠 있는 베텔게우스*와 알데바란*을 올려다기도 하면서. 그러면 그 별들은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조롱하듯 차갑게 깜빡이는 뱀의 눈처럼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인류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작가는 사건들을 을과도하게 감정적이거나 멜로드라마틱하지 않게, 약간의 역설을 가미해 가면서 이야기한다. 청소년기의 가슴 저리게 외로운 심정을 극단적인 역사적 불행이라는 배경에 대조시켜 또렷이 포착하는 한편, 성장 배경이 다른 두 10대 소년 사이의 독특한 우정과 영원히 지속되는 참된 우정의 힘을 태피스트리처럼 엮어 짜는 동시에 인간 간정신의 도덕적인 면면을 깊숙이 파고들어 인간 내면에 잠복해 있는 사악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 황보석 : 1953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어교육과 졸업 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