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튀김을 얻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야!
12cm 스테인리스 채반을 샀다. 8,900원이라는 가격에 몇 번을 들었다 놓았을까. 스테인리스 - 독립할 집에서 써도 튼튼하겠다, 1인용 튀김도 잔뜩 해 먹고, 또 요즘 즐겨하는 가지튀김도 여기 올려두면 좋겠다, 싶었다.
중간에 무쇠로 된 작은 프라이팬도 눈에 들었지만 한 달에 하나만 사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게 채반만 휙 집어 들고 버스를 탔다. 한 손에는 채반, 한 손에는 핸드폰을 보고 있자니 대학생 때 뭣도 모르고 시작한 자취가 떠올랐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오래 두고 쓸, 그리고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을 샀다는 것이다.
60대가 평균연령인 대가족에서, 특히 깔끔함과 예민함을 동시에 겸비한 할머니가 계시면 바삭한 튀김은 사실 기대하기 어렵다. 나만을 위한 식기, 재료들은 물론 요리할 공간을 협조받기도 쉽지 않다. 개인의 행복보다 가족의 역할이 더 중요한 단체 생활 속에서는 내가 꿈꾸는 완벽한 가지튀김은 힘들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산 채반은 집안에 대한 나름의 반기이자, 자유 선언인 샘이며 자립의 꿈을 이뤄가는 소심한 스탭인 격이다. 물론 이마저도 모두가 잠든 밤, 조용히 주방으로 채반을 들고 나와야지만 가능했다.(채반을 들키면 할머니가 창고로 집어넣기 때문이다.)
사실 스테인리스 채반은 최근 소비한 물품들 중에 실용성이 가장 떨어지는 물건이다. 하지만 질 좋은 퀄리티의 바삭한 튀김을 얻기 위해서라면 '굳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특히 그 신경 쓴 바삭함이란 꽤 충격적이고 식사 내내 황홀한 기분을 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긴 독립 여정을 응원해 줄 물품이라 더 귀하게 느껴졌다. 몇 개월 전에는 제법 값이 나가는 핑크솔트 한 통을 선물 받았고, 그 소금도 독립할 집에서 사용할 살림 밑천으로 아껴두고 있다.
작은 채반을 사고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다던가 독립에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할머니의 분노 게이지를 채울 뿐이다. 하지만 나의 당장 오늘 하루는 나아졌다. 음식을 사 먹지 않고 농협에서 가지를 샀고, 이따 저녁에는 배달음식 대신 가지 튀김을 해 먹을 생각이다. 아까는 아빠에게만 몰래 채반을 자랑했고, 어제 찍은 가지 튀김 사진을 보고 행복해하는 중이다. 12cm의 작은 채반은 반항의 산물이자 일상의 변주품인 것이다. 내 취향, 내 목소리를 담은 굳이굳이물품들을 하나 둘 모으다 보면, 언젠가 받게 될 만기청약처럼 모두 나의 살림밑천이 될테니 잊지말고 챙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