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안녕합니다!

by 정다솔

오늘은 오랜만에 지인과 식사자리를 갖게 되었다. 서로가 안녕한지에 대하여 쉴 틈없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한 상황 속에 놓여있지만, 그래도 꽤나 안녕해! 라고 말했다.

거짓말도 아니고 허세를 부린 것 또한 아니었다. 기쁜 일들과 슬픈 일들이 잔인하게도 겹쳐있어서 그렇지, 나는 즐거움도 잊지않고 챙겼다.

내게 슬픈 일은 할머니의 암소식, 그로인한 가족과의 불화, 어깨부상으로인한 강제휴식 그리고 이어서 대회 취소, 근 한 달간 스파링 금지 등이 있었다. 기쁜 소식은 강제휴식 기간에 새 프로젝트의 구상을 떠올린 것, 작업에 더욱 집중하며 미래를 꿈꾸었던 것, 영화 소품제작 외주를 받은 것, 스파링 대신 기술연습에 집중하며 좀 더 디테일 하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낀 것이었다.


슬픈 소식이 파도같이 덮쳐올때마다 나는 그 아래로 푹 쳐박혔다. 그러다 다시 밀려나는 파도를 등지고, 고개를 쳐드는 조개처럼 어떻게든 몸부림치며 버텨보았다. 파도는 절대 멈추지 않을테니 처박힌 고개를 냅두다 질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녕해!" 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내가 쌓은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잔인한 파도는 더욱 쳐올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쌓은 모래성은 무너질것이고 또한 고개도 처박히겠지. 하지만 물에 적당히 젖은 모래는 쉽게 부서지지 않고 전보다 단단해져 그 형태를 유지한다.

나는 푹푹 패이며 흩날리는 모래가 아니라, 습기를 머금어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종아리 아래 붙은 모래처럼 아주 멀리까지 나아가는 젖은 모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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