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독립해도 될까 말까 될까 (2)

응애입니다. 그런데 서른을 곁들인...

by 정다솔

내가 그날 숲길에서 본 것은 트럼펫을 연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넘어, 나에게 현실을 바라보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내가 있던 그 공간은 자유가 당연한 분위기였다. 사실 레일을 따라 뛰는 사람들, 함부로 반대쪽으로 걸어갈 수 없는 규칙들이 분명 존재했지만 그 안에서 각자 자신의 시간을 책임지고 즐기는 모습이 평화로워보였다. 문득 드는 생각, 나는 지금 내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가?


일단 그 시간만큼은 나만을 책임지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거창한 이유들 때문이 아니라 그날 눈앞의 모든 것들이 독립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독립이라는 항아리에 매일 조금씩 빗물이 고여 그것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날 이후부터 나는 쭉 독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독립을 하면 무엇을 할까 보다는, 현실적으로 독립을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역시 돈이 문제였다. 독립에는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동산에 찍힌 숫자들은 작은 나를 더욱 작게 만들기 시작했다.


길을 다녀온 이후, 나는 주변사람들이 모두 걱정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상쾌하지만은 않은 현실에 매일 밤 흠씬 두들겨 맞은 탓이었다. 새벽까지 스크랩한 집들과 모아둔 돈을 번갈아보며 점점 멀어지는 독립. 결국 보다 못한 아빠의 호출로 독립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독립, 돈, 직장, 책임감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보니 서른 살의 다 큰 딸은 눈물콧물 범벅의 어린이가 되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내 힘으로 나가볼게!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아빠는 굳게 다문 입으로 끄덕여주었다.


독립은 무엇이며 왜 나는 계시받은 사람처럼 독립을 향해 무작정 가려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10년 전, 독립을 가장 먼저 한 나의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고 "너에게도 혼자 살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가족들도 어떻게 혼자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라고 했고, 친한 누님(언니)은 "나로서 살아볼 수 있는 시간은 이때뿐이니 즐겨."라고 했다. 그리고선 내 팔을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 봐~ 아직 말랑말랑 애기잖아~."


나의 독립은 어쩌면 누군가의 손녀, 딸, 언니에서 독립하여 나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아빠, 할머니, 동생은 어쩌지? 하는 목 막힌 책임감이 들 때마다 누님의 말씀하신 애기를 떠올린다.


애기는 본디 굳은살이 없다. 말랑말랑하고 여린 살을 가졌다. 나는 이 날 서른이지만 뭉친 근육 같은 압박감도, 굳은살 같은 책임감도 없는 애기로 자신을 임명했다.


묵혀진 나잇값에 눌려 뛰는 법도, 미소 짓는 법도 까먹는 어른이 되기 전에 웃으며 가볍게 달려 나가는, 그러다 퍽 넘어져 울어버리기도 하는 멋진 애기가 되어야겠다. 내 웃는 얼굴만 봐도 용서가 될 나이는 훨씬 지났지만, 응!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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