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유지하는 시간

유지는 잃는 게 아닐거야.

by 정다솔

얼마 전, 그동안에 쌓인 스트레스들로 인해 생긴 내상이 점차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자가진단을 내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종종 마음이 힘들때면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상담을 받으러가는데, 이 날도 그러했다.


간단하게 선생님과 어떤 일이 있어서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다보니, 별거 아닌데 괜히 오바스러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들도 다 이정도는 참고 견디며 사는데 왜 나는 그렇게 못하지 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괜찮은 척을 하며 웃어보였다. 독립과 가족,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는 나 말고도 다 겪는 일일텐데 왜 나는 유난일까, 하던 차에 선생님은 결론을 내주셨다.


"현상유지에 집중합시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현상유지' 이건 형태를 보존하려는, 플라스틱이나 건물 등을 관리 할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들어도 될까 싶은 말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더 잘되야한다, 더 해야한다, 더 벌어야한다' 를 강조했는데 갑자기 '유지' 라니.


"다솔씨는 지금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가족도 신경쓰는데에 있는 에너지를 다 쓰는데,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하려고하면 에너지가 고갈되서 결국 현상유지도 어려워요". 맞는 말이었다.


나는 독립 준비, 면허 준비, 글을 쓰는 준비, 부업 준비, 졸업작품 준비 등을 하면서 매시간 내상을 입었다. 준비보다는 결과를 봐야한다는 생각이 조바심을 키우고, 내가 하는 모든 일들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는 지금 나의 상황을 점검했고, 녹록치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조용히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몇년 뒤 삶이 끝날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계획에 계획을 세우고, 날카로운 침대에 몸을 뉘이듯 편치 못한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나를 잃어가기바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해야할 일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 될 때면 억지로 즐거운 마음을 구겨접어 마음에 묻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지금도 괜찮으니 일단은 이렇게 지내세요" 라는 말이 달콤하게 느껴졌지만 당장 그것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지금 처방받은 건 '현상유지'이니 당분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은 내 발목을 붙들고 미래는 내 고개를 처박게 만들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 둥글게 둥글게 몸을 말아 잠시 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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