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따분하고, 그렇지만 마냥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토요일이었다. 해가 저물어지면 버스타고 떠나볼까, 아니면 산책이라도 갈까 하던차에 반깁스를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방안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아무도 없는 방안임에도 가족들의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급히 초록깁스를 신발을 신고 도망가듯 길을 나섰다.
무작정 나오고나니 갈 수 있는 곳도 없었고 깁스 한 발도 욱씬거렸다. 발끝부터 처량한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오길래 멈추지않고 계속 걸었다. 그러다 익숙한 카페에 다다르게 되었다. 집에서 6분 거리에 있는, 한 때 매일같이 들리던 단골 카페였다.
내가 단골이 된 시점은 3년 전쯤 대학원을 잠시 휴학하고, 가족과의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였다. 한참을 혼자 울다가 지금 있는 곳이 지옥같이 느껴질때면 나는 카드를 들고 400미터 앞에 있는 이 카페로 달려왔다. 한 때 이곳에서 쿠폰을 모아마신 서비스 음료만 3번 정도 되었으니 짧았던 기간동안 마음의 지옥이 얼마나 컸을지, 그리고 이곳이 나를 몇번이고 구해주었는지 가늠도 안된다. 나에게 유일하게 아무런 압박감도 느끼지않게 해주는 이 작고 하얀 공간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주었다는 것을 사장님은 모르실것이다.
오늘 나는 나의 해방을 응원해주는 이 공간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작가의 책도 한권 꺼내두었다. 셀프 응원템들이 곁에 있으니 자가치료를 받는 기분이든다. 커피는 포션이고, 책은 스페셜힌트이고, 사장님은 힐링npc 같은 이 기분! 자리에 앉자마자 어제 못잔 잠이 눈으로 몰려왔다.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기분이다. 내가 돈을 못벌어도 이 곳에 머물 여유는 꼭 마련해야지 하는 작은 결심도 세웠다.
어떤 날에는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 400미터 앞에 놓인 작은 공간이 나를 살릴 때가 있다. 나를 해방시키기 위해 선택한 것들이 끊임없이 나를 위로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주저않고 400미터의 자유를 찾아 나설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