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Camille Claudel

시카고 미술관

by Rumi


처음 미국여행을 계획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에 가면 나이아가라 폭포를 꼭 보고 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루미씨는 「건축으로 본 시카고 이야기(이중원 저) 」에 쓰인 문장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시카고 선조들은 수변이 사유지로 전락되지 못하도록 도시를 계획했다. 도시건설 초기부터 호숫가와 강변을 공공재로 인식했다. 초기 지도에 '이 땅(밀레니엄 파크와 그랜드 파크)을 영원히 후손들을 위해 녹지로 비워둔다" (이중원, 2020, 18). 그래 그런 아름다운 정신이 깃든 땅을 밟아 보자.


호텔 예약을 하면서, 시카고 강 크루즈도 함께 예약했다. 예약하길 잘한 듯 아침부터 줄이 길다. 크루즈 시간은 장장 1시간 반.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1시간 반 내내,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루미씨는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 맨 뒤쪽에 자리를 잡고, 강과 건물을 음미한다. 놀랍다. 실용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들이 몇 배나 돈이 들고, 더 생각해야 하는 건축을 하다니. 결국 그런 투자는 수요를 창출하고 지금 시카고는 이 멋진 건축물 투어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역시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 결국 괜찮은 나라엔 괜찮은 부자가 있다. 시카고의 건축은 그런 부자와 100년 이후를 염두에 둔 선진적인 건축가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대화재 이후 시카고의 건축가들은 이미 환경과 건축물의 공공성을 에 염두에 두었으니, 적어도 우리나라처럼 조망권을 부자들의 사유화로 넘겨버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해운대의 마린시티, 제주도 함덕해수욕장의 카페, 한강뷰를 집어삼키는 고급 빌라 등등, 욕지기를 삼킨다. 그래서인가 배도 안 고프다. 배에서 내리니 11시. 이번엔 택시를 타고 가려했지만, 걸어서 30분이면 간다고 구글 맵이 시작을 알리니, 사뿐히 걸음을 옮겼다.


주립 시카고 미술관에선 마침 고흐 전시회를 한다. 미술관 입장료와 고흐전 입장료를 각각 내고 미술관에 들어섰다. 앗, 입구에 놓인 흉상은 Camille Claudel (1864-1943)의 로마인 흉상이다. 울컥. 반갑기도, 슬프기도 하다. 궁금해서, 더 보고 싶어서 직원에게 물어본다. Camille Claudel의 다른 작품은 없나요? Nothing. 명복은 못 빌지언정, 루미씨는 그녀에게 왜 그리 오래 살았는지? 정신병원도 살 만한 곳인지? 되묻는다. 그녀가 오래 살았던 시간, 얼마나 서럽고 외롭고 슬펐을까? 작품도 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심지어 자신까지도 때려 부수며 산 시간이 슬프다. 루미씨는 그녀 앞에서 서성인다. 정확히는 그녀가 빚은 흉상 앞에서, 슬프고 텅 빈 눈망울이 꼭 그녀 같아서 서성인다.


그리곤 2층의 전시실을 둘러보는 데, 2층 복도에 우뚝 선 로뎅의 조각상이 있다. 역시 로뎅이다. 군더더기 없고 힘 있는 로뎅의 조각상이 1층 입구의 끌로델의 조각상과 대각선 구도로 있다. 로뎅의 조각상은 몸을 뒤틀고 있는 형상이고, 클로델이 빚은 흉상은 로뎅의 조각상을 등지고 있다. 삶과 예술은 이리 힘든 건가? 힘듦의 극치인 고흐 전시관으로 향했다.


고흐가 머물렀던 호텔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의, 레스토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의 그림이 몇 개 있는데, 몇몇 그림엔 노란 꽃, 분홍 꽃이 앙증맞게 들어가 있다. 고흐가 그렇게 느낀 하루였겠지, 찰나처럼 지나가는 그런 시간이었겠지… 그림을 보니 뭐가 다르다. 뭐지? 고흐 전이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인상파 화가 몇몇의 그림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는 좀 그런 식이다. 끼워넣기라고 할까? 렘브란트 옆에 끼워넣기, 드가 옆에 끼워넣기. 굳이? 루미씨에겐 좀 낯설다.


끌로델의 작품을 다시 한번 보려고 했는데, 그만 연결통로를 거쳐 다른 문으로 나와버렸다. 다시 밀레니엄 파크로 나와 흠뻑 젖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크라운 분수와 프리츠커 파빌리온 야외음악당을 거쳐, 시카고 시내를 어슬렁 거리며 숙소로 돌아간다. 빛나는 시간이다.


오늘도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하루가 지났다. 저녁엔 뭐 좀 먹어볼까? 스시집을 검색하니 타코 가게를 알려준다. 그래 구글 따라가 보자. 숙소와 가까워서 반가웠는데, 아니 웬 인도 사원이 있다. Tao Bistro. 타코를 타오로 알려준 것이다. 커다랗고 두꺼운 돌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아시안 선술집이다. 검은 밀착 초미니를 입은 여성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난 Dinner를 Beer와 먹고 싶다. 흔쾌히 Come on. 영화에서 보던 물담배를 돌려가며 피우는 곳 같다. 낮은 책상과 어두컴컴한 실내, 곳곳에 부처상이 있고, 저만치엔 손이 여러 개 달린 커다란 불상이 빛을 받으며 서 있다.


메뉴판을 보고 Soup과 새우튀김 그리고 삿포로 맥주를 시킨다. 루미씨는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는 베네수엘라에서 왔다고 한다. 그녀의 친절에 마음이 편해진다. 따뜻하고 맛있는 두부가 동동 들어간 수프와 새우튀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삿포로..... 그렇게 오늘 하루도 괜찮았다. 오히려 걸어 다니니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일은 미시간 호에 인접한 필드 박물관과 애들러 천문관에 가볼까 한다. 다운타운을 거쳐 밀레니엄 파크를 슬슬 걸어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