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새로운 바를 뚫었다.

티파니의 유리 모자이크 돔

by Rumi

미국은 박물관도 극히 실용적이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괜찮은 부자가 기증한 땅에 건물을 짓고 평생 모은 소장품을 기증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박물관이다. 혹은 어느 건물에 자신의 방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부문화는 해변 산책길 의자, 여느 공원의 조각 등이 되기도 한다. 시카고의 필드 – 쉐드 – 애들러 박물관이 있는 이유이다.


자연사 박물관의 경우 마샬 필드의 기부로 땅, 건물 그리고 소장품도 모두 기증받았으며, 필드는 죽음을 앞두고 병상에 누워서도 박물관 건축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아쿠아리움 역시 존 쉐드의 돈과 의지로 가능했고, 천문대의 경우도 시카고의 사업가 맥스 애들러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이들은 내부의 소장품보다 미시간 호에 인접한 건축물 자체가 더 국보급이며, 특히 미시간 호를 개간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의 매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일레니엄파크를 지나 다운타운으로 들어선 김에 메이시스 백화점에 들어갔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전신인 마샬 필드백화점은 다니엘 번햄의 작품으로 보석 장인 루이스 티파니의 유리 모자이크 돔이 있다.(티파니의 이러한 작품이 시카고에 또 한 곳이 있다.) 루미씨는 천정 중앙 아래에 서서 90도로 목을 꺾어 티파니의 작품을 본다. 마음 같아서는 누워서 보고 싶다. 그래도 명색이 백화점인데, 뭐라도 사고 구경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을 살 생각도 돈도 없다. 그저 티파니의 돔만 누워서 볼 수 있다면... 하지만 1층에서 3층까지 오르내리며, 어느 지점이 가장 잘 볼 수 있는지 탐색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까이 볼 수 있는 건 3층 난간이었지만, 구도가 적절하지 않았고 결국 1층에서 목을 꺾고 올려다보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그렇게 시카고는 루미씨에게 다가왔다. 아니 이런. 곳에 무슨 이런 놀라운 작품이 있을 곳인가?라는 탄성이 계속 나오게 하는 시카고. 달리 생각하면, 일상에 있는 이런 작품들이 정말 보물이다. 여러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으니까… 그리보면 시카고는 건축과 예술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실천한 도시다.


백화점에서 목이 꺾인 상태로 나오면 바로 옆에 해럴드 워싱턴도서관이 있다. 무슨 도서관이 이리 멋질 일이다. 목이 제자리에 돌아오기도 전에 킴튼호텔(릴라이언스 빌딩에서 번햄 호텔로 리모델링되었다가 다시 변경되었다.)이 보인다. 대화재 이후 시카고 건축을 이끌었던 다이엘 번햄의 작품이다. 이중원 작가는 시카고에 간다면 번햄의 건축물은 꼭 봐야 하고 번햄 호텔에서 한 번쯤 투숙할 것을 권했지만, 루미씨는 다시 목을 꺾어가며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외에도 모내드독, 루커리 빌딩, 상공희의소 등 숙소로 가는 길에는 시카고학파를 이끌었던 여러 건축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루미씨는 시골 쥐가 상경해서 어리둥절, 두리번거리 듯 시카고의 멋스러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다운타운을 지나 숙소로 돌아온다.


루미씨는 이국만리 시카고에 왔어도 매일 다른 음식점을 간다. 처음엔 여기로 매일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밀레니엄파크를 돌고 오면 어느새 생각이 바뀐다. 혹은 오는 길에 무언가를 사서 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3박 4일 동안 같은 음식점이나 마트 혹은 바를 가지 않고 매번 다른 길을 찾아간다. 그냥 얽히고설킨 루미씨의 상황이 그렇게 얽혀 루미씨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보니 길도 매번 다르게 간다. 구글이 알려줘도 아니야 이 방향일걸. 아니면 또 만나겠지. 이렇게 정형화되지 않는 루미씨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니. 그래서 조금은 설명이 되면 좋겠다. 루미씨가 이리 악귀(^^)처럼 떠 돌아다니는 이유를.....


오늘도 루미씨는 영락없이 새로운 바를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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