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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15. 2023

8월 5일  Legion of Honor

끌로델과 로댕

2일 차에 방문한 Legion of Honor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갸우뚱하게 만든 곳으로, 샌프란시스코 링컨 공원에 있는 유럽 컬렉션 미술관이다. 이곳 역시 방마다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16세기 – 19세기까지의 다양한 미술품과 조각품들 그리고 가구도 전시되어 있다. 그중 으뜸은 로댕 전시관이다. 1층과 지하의 전시실로 이루어진 박물관에서 1층, 2개의 방이 로댕의 작품으로 꽉 채워져 있다. (여행을 마친 후 박물관 투어를 되돌아보니 박물관마다 로댕의 작품은 빠지지 않고 있었고, 심지어 특별관으로 분류하여 전시 공간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었다. 로댕이야 모두가 알아주는 조각가이지만, 유독 미국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각 분야에 한 획을 그은 프랑스의 조각가 François-Auguste-René Rodin(1840년 – 1917년). 그의 생각하는 사람, 지옥문 등을 영상이나 사진 혹은 모조품으로 보았을 따름이었는데, 미국에 와서 이리 진품으로 보다니... 7월 29일 시카고 미술관, 8월 3일 스탠퍼드대학교의 박물관. 그리고 지금, 여기 샌프란시스코의 Legion of Honor에서도 나는 어거스트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을 만난다.


시카고에는 로댕이 빚은 카미유 끌로델의 두상이 청동으로 주조되어  있었다면, 여긴 로댕이 점토로 빚은 두상이 유리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끌로델의 두상과 나란히 끌로델이 빚은 로댕의 청동 두상이 놓여있다. (조각품의 경우 보통 12개 까지는 진품과 같다고 본다. 그 이상이 되면 형태가 좀 망가진다. 청동조각의 만드는 순서는 작가가 점토로 형태를 빚은 후, 석고틀을 만들고 주조공이 청동을 붓는 것이다. 그래서 조각상 아래 에디션 숫자가 있는 것이다(출처:화줌마 <Art Story>).


역시 슬픈 눈에 얼굴의 중심을 잡는 우뚝 선 코와 굳게 다문 입의 끌로델은 아주 간결한 조각상인 반면, 주름과 피부, 수염까지 섬세하게 조각된 로댕은 번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는다. 끌로델이 제우스 상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만큼… 이들은 세상에서 그렇게 만났나 보다. 시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삶은 슬프지만,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로댕 관엔 로댕의 두상뿐만 아니라 난롯가에서 잠든 여인(Dreaming by the ireside,1899)이라는 끌로델의 작품도 있다. 이거면 됐어. 루미씨는 로댕이 빚은 끌로델과 끌로델이 빚은 로댕 그리고 그녀가 채 부숴버리지 못한 작품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Legion of Honor에는 이외에도 중세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성화에 이어 모네, 세잔, 드가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도 있고, 고흐의 작품도 몽마르트르 언덕을 그린 작은 그림이 있다. 시카고에 이어 캘리포니아 구석구석에 있는 박물관에서 만나는 진품명품은 미국의 물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리곤 A, B, C는 드넓은 태평양을 옆에 끼고 펼쳐진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스콧 메켄지의 노래 샌프란시스코를 흥얼거리며 갔다. 소살리토, 사우스 베이 지역은 아름다운 경관과 고급스러운 샵,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세련된 거리인 반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은 홈리스가 많고  항구에 인접해 있어 그런지 어수선하다. 최근 팬더믹을 지내며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이 지속되어 범죄와 행려인 들이 늘었다고 한다. 미국의 높은 물가와 좁혀들 기미가 안 보이는 빈부의 격차는 결국 마약과 범죄의 자양분이 되어,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뭐 한국이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지만…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샌프란시스코에 가려거든 머리에 꽃을 꽂고 갔어야 하는데... 루미씨는 이제 와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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