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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24. 2023

耳順, 그리고 심리상담

10월 20일(2),  꿈.

2년 반 전 새집에 이사 오고 꿈을 많이 꿨어요. 이런저런 혹은 생각도 잘 안 나는 꿈을 꾸느라, 잠은 엉망진창이 되었지요. 늦게 자고, 놀라서 깨고, 울면서 깨고, 아파서 깨고…. 수맥 때문인가? 해서 수맥을 짚어보기도 했지요. 지인이 선물한 법정 스님의 글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가져다 놓기도 했구요. 하지만 꿈은 계속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누군가 아이를 저에게 맡기고 갑니다. 아이는 제게 딱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아요. 아이를 안고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고, 또 언제는 아이를 업은 엄마가 집에 왔습니다. 엄마가 앳돼 보였어요. 저에게는 이미 한 아이가 있는데 말이지요. 이를 어째. 이것이 꿈에서의 제 느낌입니다. 아 걱정이다. 힘들다…. 저는 어린이집에서 오래 근무했고 아이를 예뻐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꿈에서 만난 아이들은 제게 걱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가방을 잃어버리고, 신발을 잃어버리고, 길을 잃고…. (지금 생각하면, 이런 꿈들이 저의 심리상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신호였는데 말입니다. 꿈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야 할까? - 이건 책 제목에서 따온 문장입니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신경은 더 예민해졌고, 싸움 또한 더 잦아졌습니다. 싸움이랄 것도 없지요. 저의 일방적인 전투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대방은 늘 하던 대로 하는데, 예전과 달리 제가 딴지를 거는 거지요. 맞아요. 남편은 그대로인데, 저는 달라졌습니다. 그 이유가 남편은 저의 우울증 탓이라고 하고, 저는 남편의 ‘쪽’ 때문이라고 하며 ‘이혼’이란 단어가 온 집안을 둥둥 떠다니던 어느 날, 남편은 치료를 받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예의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심리치료 나아가 정신분석은 저의 오랜 버킷리스트였으니까요. 그래? 그래서 저는 정신분석을 하는 심리상담센터를 남편은 의료의 도움을 받는 신경정신과 치료를 제안했고, 우선 1시간 거리의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예약하고 같이 가서 태블릿으로 검사를 한 후, 각자가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우울증 정도가 중증 정도여서 당분간 약을 먹으라는 처방을, 남편은 작은 수면 유도제를 먹어도 안 먹어도 된다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2주 후의 병원 방문은 저만 가면 되는 상황이 되었고, 저는 진료실로 들어가 따지듯 물었습니다. “선생님. 남편은 왜 선택적으로 약을 먹고, 병원에 안 와도 되나요?” “남편분은 제 영역이 아닙니다.” “풋”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게 되었지요.      


의사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러저러해서 이혼하고 싶다. 고 했더니, “뭐. 그래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풋” 저는 또 웃음이 나오고 말았지요. 이혼을 우선 말리고 보는 세상이 저만치에 쪼그라져 있었고, 저는 의사 선생님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답니다. 제가 약을 계속 먹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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