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오늘이 며칠이야? 10월 24일이요. 몇 년도지? 2013년이요. 누구든 이 정도의 오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W는 좀 더 잦을 뿐이다.
아줌마 파마가 잘 어울리는 의사샘은 입원하기 전, 몇몇 질문을 한다. 요즘에도 술을 먹나? 아니요! 그 새 뒤에 C가 앉아 있다는 것을 잊은 듯 혹은 거짓말이 먼저 튀어나온 듯 W는 거침이 없다.
W는 태어날 때부터 이러저러한 장애가 있었다. 그러니 이러저러한 장애로 인한 삶의 일탈을 W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부양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 없으니, 결국 장애는 W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가 이웃 동네 아줌마가 된 C는 오며 가며 마주치는 W를 마음에 둔다. 그래 네 잘 못만은 아니지. 우리 같이 살아 보자 하던 참에, W의 장애는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결국 알콜치료를 위해 병원입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W를 설득하기 위해 만나던 날, C는 W가 안 간다고 끝까지 떼를 쓸 것이고, 그러기를 내심(?) 바랬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W는 1시간 정도의 대화를 나눈 후, 순순히 입원하겠다고 한다. C는 W의 손을 덥석 잡고 어찌 그리 어려운 맘을 먹느냐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입원치료에 대한 많은 주장이 C에게서 나왔지만, C는 한편 두렵기도 하다.
병원에 가서 입원 수속을 하는 동안, 70 쯤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부부로 보이는 연세가 더 많아 보이는 노인들을 모시고 병원진료를 보러 왔다. *번, 여기로 오셔서 문진서 써주세요. 여성분은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먼저 할아버지에게 물어본다.
우울증 있슈? 절레절레.
그럼 죄책감 있슈? 절레절레.
자살하고 싶으슈? 절레절레.
아... 이런. 풉. C는 죄책감 대목에서 빵 터졌다. 아니, 저런 형이상항적 질문을 저렇게 단도직입적으로 해버리다니. 게다가 답변 또한 1초의 망설임도 없다. 저 정도면 대학 과제로도 손색이 없는 문항인데 말이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참. 다른 건 몰라도 죄책감이 없다고요? 진짜로? C는 할아버지를 다시 쳐다본다.
덕분에 C는 소읍에 있는 신경정신과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오고, 그리 높은 수준의 문진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C는 병원을 옮겨야 하나? 잠깐 망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