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습니다.
11월 14일 3,750,000원.
선생님. 맞은편 방엔 친구가, 하똘이는 어느새 제 발치에서 자고 있어요. 평화로운 밤입니다.
아침 8시 반 비행기를 예약한 친구를 데려다주러 나섰습니. **야. 준비하고 나와. 난 하똘이 산책하고 있을게. 그래 그러자. 하똘이는 늘 7시 – 8시 사이 아침 첫 산책을 하면서 뱃속을 비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공항으로 가면서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연합회활동을 함께 했던 원장님이 나를 찾아왔어. 나보다 5 – 6살 나이가 많지만, 관리를 잘해서 미모는 여전하더군. 검정 파마머리를 어깨너머로 기르고, 늘 그랬듯이 투피스 정장을 입고, 메이크업도 너무 과하지 않은 몇 년 전 본모습 그대로였어. 원장님은 당신이 세우고 운영했던 시골 면에 있던 어린이집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당신은 다른 지역에 가서 어린이집을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구. 이때, 내 생각은 나를 왜 찾아왔지? 내가 현장을 떠나고 거의 7 –8년 연락도 없었는데... 그래도 나를 누군가 찾아온 게 나쁘지 않고, 반가웠어. 원장님은 그런 당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더니, 내게 봉투를 주더라구. 돈이다. 봉투 겉면에는 인증비용 반환금(대략), 아래엔 3,750,000원. 이렇게 적혀있었어. 돈의 액수가 선명했지. 나도 마침 돈이 필요한 상황인 듯했어. 하지만 이걸 왜 나에게 주지? 내가 현장을 떠난 지도 한참 지났는데...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봉투를 만지작 거렸어.
어머, 어머. 친구는 화들짝 놀라더군요. 실은 내가 100만 원 식탁 위에 두고 왔어. 언제 말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이니? 우리는 40년을 친구로 지내왔어도, 축의금, 조의금 외의 지원은 서로 하지 않는 불문율을 지키고 있었지요. 너, 나 밥 사주고, 짐 날라주고 그리고 니 덕분에 덜 징징거리게 되었는데, 왜 그랬어? 하지만 불문율을 깨고 돈을 놓고 나오는 친구의 마음도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싶습니다.
친구는 네 마음의 지진이 너를 이전의 너와는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끄는 것 같은데.... 너 타로 배워 봐라. 점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에너지 파동 등등 공부하면서 해봐. 이렇게 제안합니다. 그럴까? 그렇지 않아도 절엘 가야 하나? 교회를 가야 하나? 춤을 춰야 하나? 뭐라도 마음의 지진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 제가 이렇게 또, 후다닥 뭔가를 시작해도 되겠는지요?
친구가 준 돈을 빌미로 해서 말입니다.
11월 15일 *선이가 물에 빠졌는데...
어제부터는 하똘이와 둘이 살고 둘이 잡니다. 쓸쓸함, 적막함에 빨려 들까 봐 TV를 연결했지만, 그냥 하똘이의 온기와 숨결만으로도 평안합니다. 평소에 들락거리던 화장실도 가지 않고 푹 잠이 들었고, 그동안 선잠을 자면서 아주 지저분하고 기억도 안 나는, 잠을 망치기만 하는 꿈들을 꿨던 것 같은데, 이제는 꿈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선, *재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연년생 남매였습니다. 부모님은 가난하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주 어리숙한 분들이셨지요. 꿈에 성인이 된 *선이와 *재가 나왔어요. *선이는 어깨보다 조금 긴 머리, *재는 어릴 때처럼 짧은 곱슬머리로요. 아버지는 예전보다 건장해지고 젊어진 듯한데, 어머니는 이전의 어머니와 비슷한 성정인 듯한 다른 분입니다. 셋이 물놀이를 간다고 나갔는데, 아버지와 *재만 돌아왔습니다. 제가 그곳에 어떻게 갔는지 생각은 안 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선이를 찾지 않더군요.
저는 아버지에게 *선이 어디 갔느냐? 어디 있겠지요. 물에 빠졌으면 어떡해요? 구하러 가야지요. 아버지는 귀찮다는 듯이 화를 냅니다. 동생 *재의 머뭇거림은 어릴 때 모습 같습니다. 새어머니는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아버지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1. *선이가 물에 빠진 척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2. 이들은(아버지와 *재) *선이가 물에 빠진 것을 알고 있다. 3. 아버지가 *선이를 물에 빠지게 했다.
저는 *선이가 물속 깊은 바닥에 누워있는 상상을 합니다. 지금이라도 가서 구하면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 계속 아버지를 닦달하다가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