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1일
지내시기 어떠세요?
덕분에 아이들과 있게 되어 감사하지요.
힘들진 않으세요?
제가 예전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잘 못한 일들이 많은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수행하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수행’이란 말이 툭 나왔다. ‘수행‘ 가끔 이렇게 적절한 단어가 나온다. 그래 아이들과의 생활은 '수행'이다.
오랫동안 보육현장에 있었지만, 지금처럼 아이들만 보며 지내기는 처음인 듯하다. 각종 서류를 만들어 내야 하고 다방면의 교육과 행사를 치르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저만치에서 들러리가 되어 있곤 했다. 나름 아이들을 중심에 둔다고 떠벌였어도 말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오롯이 4시간, 아이들과 담당 구역 청소를 묵묵히 하면 된다. 얼마나 좋은가?
S야 이다음에 얼마나 예쁘려고 그래? 조그만 몸집으로 덩치 큰 남자아이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N은 아르테미스여신이야. 가만히 보아야 예쁜 J. 무엇이든 금방 받아들이는 L. 그리고 통통한 사자 H 등등...
억지로 손을 닦인 후로, H는 내 능력 밖이라고 느꼈고 나는 관심을 두지 않고 대하며 담임교사에게 역할을 미뤘다. 내가 아이들과 놀며 노래를 부르면 H는 저만치서 쳐다만 보았다. 3월 새 학기가 되면 다른 어린이집으로 가니 이제 며칠 안 남았지만, H를 자극하느니 가만 두는 게 나을 듯했다.
올라간 머리, 내려온 머리, 빙글빙글 돌려서 도깨비 뿔. 이게 언제 적 노래야... 책을 가져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통통한 노란 사자 한 마리가 무릎에 턱 앉는다. ‘이모선생님, 그런데 이건 아프리카 영양이에요. ’
나이를 먹은 탓도 있으리라... 눈물이 많아진 요즈음, 마음이 약해져서일까? 만난 지 두 달도 채 안 된 이 아이들을 어찌 보낼까, 마음이 울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왜 이렇게 미련할까? 아직도 아이들에게 집중을 못 하게 하는 여러 장치를 만드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치부되는 어리석음에 한숨이 나온다.
우리는 엄마가 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 마음을 더 받아들였어야 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고 지금의 어떤 행위도 그때를 보상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뼈저리게 알게 된다.
지금, 여기서 아이들과 따뜻한 마음으로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그리 어려울까? 그래서 교사들이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지낼 수는 없을까? 나는 아직도 왜 이런 꿈을 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