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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l 30. 2024

Everyman

- 필립 로스, 문학동네, 2009. 정영목 역

To. Everyman


 ‘거친 바다 저 멀리 100m 나 나간 곳에서 대서양의 큰 파도를 타고 해변까지 단숨에 들어오던, 늘씬한 작은 어뢰처럼 상처 하나 없는 몸을 지닌 소년’(본문 p187~188)인 당신. ‘하루 종일 멍청해질 만큼 바다에 두들겨 맞은 덕분에 환희에 젖은 데다 그 맛과 냄새에도 취해, 자신의 몸 한 조각을 이로 물어뜯어 살로 이루어진 자신의 존재를 맛보고 싶어 미칠 지경’(본문 p132~133)인 당신.


피비, 낸시, 하위, 랜디, 로니, 세실리아, 모린, 메레테, 밀리선트, 제랄드, 클레런스, 브래드, 애즈라, 셀마... 많은 에브리맨에 둘러싸인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설마 에브리맨? 당신 아버지의 보석가게 이름이 에브리맨이었지요. 아버지를 추억하며 천재의 솜씨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사업체를 자기 이름이 아닌 ‘에브리맨 보석상’이라 한 것이라고도요. 혹시 둘째 아들이름으로 보석상을 하신 건 아닌지요?


손을 머리 위로 화살촉처럼 모아 대서양의 파도를 타는 소년 에브리맨은 꽤 섹시하기까지 해요.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것은 저도 어쩔 수 없어요. 태양과 바다의 소금기 머금은 소년의 맨질맨질한 몸을 안고 저마저도 한 조각, 이로 물어뜯고 싶을 뿐이지요. 먼바다를 헤엄쳐 자기들만의 한적한 모래사장에서의 시도 때도 없는 섹스, 또한 저를 비롯한 에브리맨들의 로망이지요. 


그 작은 구멍이요? 그건 저도 있는데 …. 물론 크기는 다를 수 있겠지요. 기능은? 심장을 움직이는 힘과 관계가 있을 듯하구요. 그 작은 구멍에 정신을 못 차리는 당신이 귀엽기까지 하더라구요. 별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아? 아직 혼인이 유효하기 때문이겠지요. 피비 말대로 거짓말은 안 돼요. 하지만 다른 건 괜찮다는 말은 동의 못 하겠어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머리와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걸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해요. 그 정도까지는 이해해요. 그래도 내가 저지른 사람이 되어야지, 당하는 사람이 되긴 싫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부모, 가족을 그리워하세요? 너무 징징대는 것 같아요. 이제 어른인데 말이지요. 아직도 어릴 적 가족과 휴가 간 바닷가를 간다고요? 심지어 노년을 보낼 곳도 그 근처로 했다고요? 이런, 제가 가장 혐오하는 짓을 하셨군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요. 왜 그런 거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은 그리 사랑받지 못한 건가요? 혹은 에브리맨의 희망을 쓰신 건가요?


말이 또 삼천포로 갔네요. 제 요지는 아무것도 되새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시는 것보다, 자기기만에 빠져 꼴 사납게 가시는 것보다 혹은 더 아프다 가시는 것보다 잘 가셨다는 인사를 드리려 했어요. 에브리맨, 당신은 바람대로 폐허가 되어가는 가족무덤의 한 자리를 차지했네요. 위의 1m는 아버지가 나머지 아랫부분은 당신이, 침대를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잘 판 구덩이 말이에요. 


잘 가요. 에브리맨. 당신이 화살촉처럼 손을 모아 파도를 탔던 그 바다에서 만나요. 

                                                                                                                       

                                                                                                                                                From Ever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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