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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01. 2023

7월 25일 *자씨와 자고 싶은 루미씨

*자씨와 보내는 하루

좀처럼 방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자씨와 드디어 산책을 나왔다. 비행기-공항-비행기-차-집... 이렇게 실내, 어두움과 함께 24시간을 넘게 보내고 나니, 답답하다. 미국의 날도 덥지만, 햇빛을 봐야 한다. 루미씨도 *자씨도.


*자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밖으로 나왔다. 그저 조용한 마을. 비슷한 집들.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기차 소리… 그늘에 있으면 바람이 시원하다. 외부엔 어디에도 없던 요양원 이름이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쓰여있다. Maggie’s House. 옆 동네를 둘러보고 왔더니, 홀에서 컨트리음악이 들린다. 음악 시간이야. 이모 우리나라에서는 뽕짝, 트로트 하는데. 그렇지 여기의 트로트는 컨트리음악이지? 그런가??? 음악이 좋다. 기타와 편안한 음색까지.


이모, 우리도 들어가 보자. *자씨는 좀처럼 말이 안 통하는 그곳의 노인들과 함께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들이나 그냥 잘 모르는 사람들 생각이야, 그냥 잘 좀 지내지.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프로그램도 하고, 얼마나 좋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해 왔다. 참 나이 들면서 그냥 좀 편하게 지내지 뭘 그렇게.... 하지만 *자씨는 그들과 함께 하는 게 어려운 거다.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가 불편한 거지....


와우, 컨트리가수는 보통 솜씨가 아니다. 영어가 된다면 통성명을 주고받고 싶다. 분명 왕년에 한 실력 했던 듯하다. 경쾌하고 리듬감 있는 기타 솜씨와 특히 말을 툭툭 뱉듯 하며 부르는 노래가 일품이다. 악보도 안 보고 반주기와 기타만으로 여러 곡을 메들리로 부른다. 루미씨의 감사 표현은 노인들이 잘 못 치는 박수를 대신할 수 있을 뿐이다. 몇몇 노인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리듬을 맞춘다. 우리네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트로트를 따라 부르듯…


홀을 둘러본다. 새 집이 커다란 수족관처럼 중앙 벽 가운데 있다. 작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아래 칸에는 얼마 전 부화한 더 작은 새들도 몇 마리도 있다.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페브릭 소파와 멋진 샹들리에가 달린 천정. 미국은 보통 백열구를 사용하는데, 샹들리에 전구를 백열구와 형광구를 반반씩 배치했다. 너무 어둡지 않도록, 노인들을 위한 멋진 배려다. 벽 선반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무 조각 장식품이 있다. 밋밋한 실용적인 창문은 부드러운 커튼으로 보완했고, 무엇보다 벽면의 여백이 많다. 외부는 실용적으로 단출하고 밋밋한 데 비해, 내부의 가구와 내장재 등에 고급스러운 안목이 느껴진다. 아, 집같이 안락한 요양원이라니....


무엇보다 직원들이 편하다. 너무 많이 무례하게 들락거리지 않고, 필요한 시간에만 조용히 다니고, 무엇보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대신 미소와 칭찬 그리고 큰 몸으로 날렵하게 움직이는 게 이들의 노하우다. 노인들이 방을 비울 때 날렵하게 들어와서 청소를 하고 빨랫감을 갖고 간다. 그리고 그들의 일괄되지 않은 편안하고 컬러풀한 복장도 자연스러운 곳임을 느끼게 하는 데 한몫한다. 일률적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혹은 단체복을 입고, 인사를 지나치게 많이 하고, 직원들 음성과 발걸음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요양원과는 결이 다르다. 규정을 지키기에 급급한 자기 방어적 태도도 없다. (모든 시설이 그렇다고 일반화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처음 보는 외부인이 왔어도, 외로운 노인을 위한 것이니 대 환영이다. 심지어 루미씨가 와서 *자씨가 많이 웃는다고, 직원들이 루미씨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지나간다. 여기서 거절당한 한 가지는 *자씨와 자는 것이다. 예순 살 루미씨는 여든 살 *자씨와 자고 싶다.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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