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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 할 말이 많은 영화

by Rumi

- 봉준호 감독, 2024.

영화 미키 17은 지금으로부터 29년 후인 2054년에도 여전할 계급(階級, class)과 사람들을 현혹하는 정치와 종교의 역할 또한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할 말이 많은 감독은 대사로 다 하지 못하는 할 말들을 내레이션으로 대처함으로 관객의 입장에서는 좀 산만해지기도 한다. 나처럼 자막을 읽어야 하는 사람은 더욱...


눈부신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채를 쓰다 쫄딱 망하고 정치와 종교의 선동에 휘둘리고... 어째 29년 후에도 인간에겐 빌어먹을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로비는 북적인다.


행성프로젝트에 사채업자를 피해 합류한 미키 반스와 동업자 스테판. 지원자들로 북적거리는 틈에 미키는 가장 지원자가 적은 ‘소모품(Expendable)’에 깨알 같은 약관을 읽어 보지도 않고 지원한다. 그렇게 미키는 인간이 새로운 행성에 적응하기 위해 실험되는 소모품이 되어 사와 생을 반복한다. 실험용 미키 덕분에 얼음으로 뒤덮인 외계 행성 니플하임에 인간은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헤이, 미키!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 얼음 행성의 크레바스에 빠진 미키를 보며, 스테판은 묻는다. 16번 죽고 17번째 미키가 된 미키 17은 아직도 죽음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 미키에게 죽음은 매번 어렵고 두렵고 아프다. 행성의 생물체인 크리퍼에게 목숨을 넘겼지만(제발, 한 번에 해지워 달라고) 무슨 이유인지, 크리퍼는 미키 17을 크레바스에서 빼내서 얼음 대지 위로 올려준다.

죽을 시간이 지난 미키를 대신해, 미키 18은 시간에 맞게 이미 복제되어 있다. 좀 더 원형적인 모습으로... 미키 17이 망설이고 타인을 고려한다며, 미키 18은 충동적이고 파괴적이다. 그들은 미키의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의 다양한 자아를 보여준다. 결국 미키 17은 아기 크리퍼를 살리고 행성의 원 생물체인 크리퍼와 이주민인 인간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미키 18은 그 성향답게 탐험대 총책임자인 마샬과 산화하며 악(惡)을 제거한다.

할 말이 많은 연출과 한 눈을 팔 수 없는 전개 그리고 계급의 피라미드를 장악하려는 정치적, 종교적 경거망동이 대한민국의 광장을 연상시키는 영화 미키 17.


영화 아바타와 오버랩되며, 요즘 영화답지 않게 교훈이 감지되지만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아직도 인간에게 일말의 희망을 기대하기 때문일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질문을 하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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