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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Edward

- 상실 그리고 위로에 대하여

by Rumi

- 앤 나폴리타노, 쌤 엔 파커스, 2020. 공경희 역

헬로 뷰티플(2024)의 작가, 앤 나폴리타노의 작품


<상실>

12살 에디는 가족들과 – 부모와 형- 이사를 위해 LA행 2977편에 탑승한다. 3살 위인 조던과 창가 자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에디는 창가에 조던은 에디와 아빠 사이에 앉는다. TV 드라마 작가인 엄마는 며칠 짐을 싸느라 마감하지 못한 원고를 쓰기 위해 일등석에 있다.

승무원을 포함하여 192명이 타고 있던 비행기는 악천후와 부기장의 실수로 추락하고, 에디를 제외한 나머지 191명은 모두 사망한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에디를 구조한 구조대원은 그가 계속 ‘나 여기 있어요.’라며 누군가를 불렀다고 한다. 나 여기 있어요. 형은요? 엄마는? 아빠는요?

에드워드(이제는 그를 에디라고 부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몇 달간의 병원 생활과 재활치료 중 사람들에게 불사조로 인식된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에드워드를 주시하고 그를 만지기만 해도 행운이 따르는 부적 같은 존재처럼 여기기도, 죽은 자를 대신해 살아 달라는 짐을 떠넘기기도 한다.

에드워드는 유일한 가족인 이모 내외가 살고 있는 뉴저지로 온다. 아기를 원했지만 낳지 못한 이모가 에드워드를 위해 준비해 놓은 방은 온통 핑크색이다. 커다란 창으로 호수가 보인다. 이모부는 창을 바라보며 '언젠가 너와 호수에서 수영하고 싶구나.’라고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런 날이 오리라 생각지 않는다.

<위로>

2층의 핑크색 방을 두고 에드워드는 1층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잔다. 어느 날 이웃인 베사와 그녀의 딸 쉐이가 찾아오고 난 후, 에드워드는 자기도 모르게 쉐이네 집 앞에 선다. 똑똑똑. 쉐이의 방으로 올라간 에드워드는 쉐이의 방 안락의자에서 잠이 든다. 며칠 아니 몇 달 만의 잠인가? 그렇게 베사와 쉐이는 매일 밤, 문을 두드리는 에드워드를 받아들인다. 이모 내외 역시 서운할 법하지만, 에드워드가 겨우 디딘 걸음을 받아들인다.

에드워드는 쉐이의 방바닥에 침낭을 펴고 자고, 쉐이와 함께 학교를 가고, 형 조던의 헐렁한 옷을 입고 조던의 나이를 지난다. ‘조던이 살았어야 해.’하지만 에드워드가 살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나 쉐이가 생리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베사가 걱정한다. 결국 에드워드는 이모네 집 지하실 방을 고쳐서 들어온다.

어른들이 따로 보관해 온 편지와 사고 자료를 차고에서 찾아낸 에드워드는 자료들과 마주한다. 에드워드와 쉐이는 어른들이 잠든 새벽에 차고로 가서 편지를 읽고, 사진과 대조한다. 이 중 몇몇에게는 답장을 하고, 조던의 여자 친구 마히라를 찾아간다. 어느 날은 학교 앞으로 게리가 찾아온다. ‘에드워드. 혹 내 여자 친구 린다를 기억하는지 해서. 너는 괜찮아?’ ‘사실 괜찮지 않아요.’ 그렇게 에드워드는 마히라와 게리, 엄마를 잃은 세 아이 그리고 다른 이들을 조금씩 더 알아 간다. 에드워드는 이제 자신이 살아난 혹은 살아갈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고로부터 6년이 지난 2019년 6월. 대학 입학을 2주 앞둔 18살이 된 에드워드와 쉐이는 마지막 관문으로 사고 현장을 찾는다. '들판 가운데 은색 참새 191마리가 항공기 형태로 떼 지어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에 오는 것으로 원을, 온전한 원을 이었다. 이곳을 떠날 때는 이 충만한 원을 품에 안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눈을 감는다’ (p456, 에필로그 중)


<상실 그리고 위로에 대하여>

이 책은 상실과 위로에 대한 이야기다. ‘괜찮아. 잘될 거야. 희망을 가져.’ 이렇게 입에서 가볍게 튀어나온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죽을힘이 있으면, 살아야지.’ 죽을힘과 살아갈 힘은 엄연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데, 어찌 같은 ‘힘’으로 퉁치면서 위로랍시고 하는가? 그래서 오늘도 많은 에드워드들은 또 다른 상실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책의 위로는 참으로 귀하다. 원하는 아이를 낳지 못한 이모네 부부, 스페인계 싱글맘 베사와 그녀의 딸 쉐이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우리도 여기 있어!’라며 들어 올린 손과 에드워드의 손이 함께 잇는 원으로의 초대 덕분에 독자도 위로받는 책이다.

(위의 그림은 전이수작가의 '위로' 연작 중 한 작품이다. 출처 instagram id : jeon2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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