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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개

- 내 길 위의 개

by Rumi

- 클로디 윈징게르, 민음사, 2023. 김미정 역. 원제 : Bois-Bannis (추방된 숲)

처음엔 책을 읽으며,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난해 하다기보다는 어수선한 느낌. 하지만 작가가 자연과 하나 되고자 스스로를 자연에 속하게 하는 노력과 일련의 과정으로 그때그때의 단상을 쓴 메모가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내가 느낀 어수선함 조차 작품의 일부였음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어느 날, 그들의 부아바니(‘추방자’의 숲)에 ‘도망자’가 온다. 양치기 개인 브리아드 종(種). ‘그렇게 개는 「예스」라는 이름을 얻었고, 나는 말했다. 내가 여기 있어, 예스. 내가 여기 있단다.' (p15) 작가와 예스가 나누는 대화는 나에게도 위안을 준다. 그렇군요. 당신이 여기, 나와 함께 있군요.


오랫동안 자신을 하나의 종으로서 제대로 태어나지 못한 비정상적인 존재로 느꼈던 작가는(작가가 동물과 식물, 광물에 자신을 이입하는 대목이 곳곳에 나온다) 마침내, 실제 그런 존재를 발견한다. 바로 재닛 프레임. 재닛은 「또 다른 여름을 향해」에서 자신을 인간 존재가 아닌 ‘철새’라고 하였다. (p80) 작가는 위안을 받는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도 되는구나. 나 또한 불협의 근거 중 하나를 이 글에서 찾으려 한다. 그럼 나는 무얼까? 아직 동물이나 식물군까지 진입하진 못한다. 그렇다면 ~, 어릿광대?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하면 원제 ‘Un chien à ma table’는 재닛 프레임의 ‘An angel at my table’과 같은 문맥으로, 재닛이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이전의 나였던 ‘천사’를 떠나보내듯이, 클로디 윈징게르 역시 또 다른 '나'인 '예스'를 마주하고 작별하며,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도 나는 끄떡없이 글을 쓴다.'(p386)

자연 속에서 사회적 성장을 거부한 동반자와 따로 또 같이 생활하며, 전투적으로 ‘나’를 찾아 나서는 작가의 열정은 다소 산만한 글을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나를 이끈다. 그래서? 또 어디로 튀는 거지? 나의 편협한 시선으론 아픈 관절과 다가올 죽음을 걱정하고, 자식을 넘어 이웃의 삶을 간섭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울 나이에 작가는 지팡이를 들고 버팔로화를 신고 '나'를 찾아 나서니 말이다.


1940년생인 작가는 유아기부터 친구였던 그리그와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방부아 숲 속에서 문학과 조형예술을 하며 살고 있다. 2010년 70세의 나이로 첫 소설을 발표했으며, 이 책은 2022년 82세의 나이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 곳곳에 동반자와 스스로의 노화를 새로운 ‘시간’으로 여기며 ‘탐험가’로 관찰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작가소개를 건너뛰고 글을 읽었다면 나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을 진취적인 인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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