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ngel at my table.
재닛 프레임(1924-2004), 시공사, 2012. 고정아 역
이 책은 1982년-1985년 사이 출간된 재닛 프레임의 자전 소설이다. 60세를 바라보던 재닛은 자신을 향한 무성한 소문 등 여러 이유로 그녀가 살아냈던 시간(1965년까지)의 진실을 쓰기로 한다.
(1권 이즈랜드를 향해 - 출생에서 고등학교까지 가족과 함께 지내던 시절, 2권 내 책상 위의 천사 - 사범대학 생활을 시작으로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의문을 갖는 시기 그리고 3권 거울 도시의 사절 - 뉴질랜드를 떠나 ‘나’를 찾는 시기)
1924년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에서 철도 노동자인 아버지와 문학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1남 4녀 중 셋째로 태어난 재닛은 가족과 자연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일터인 철도 주변이 그들의 삶이 펼쳐진 곳이었고,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은 놀이와 사유의 원천이 되었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 공황에 이은 세계 2차 대전의 발발 등으로 가난은 프레임 가족 곁에 둥지를 틀었다. 늘 외상 고지서가 날아오고, 아버지는 불안에 주저앉고 그럴수록 재닛은 순종적이 되어야 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등생이 되고,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상황에 순응하면서도 재닛은 문학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글을 쓸 수 없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사범학교 과정 중, 정식 교사로 인정받는 장학수업을 앞두고 재닛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여 학교를 이탈한다. 재닛이 스물한 살 때의 일이다. 이후 재닛은 다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정신분석을 다루던 학자와 상담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갈 곳이 없던 재닛은 다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되고, ‘정신분열병’이란 진단을 받고 폐쇄병동인 서니사이드에 갇혀 7년을 보낸다. ‘의사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심지어 폐결핵 검사 외 어떤 검사도 하지 않았다.’
주변의 도움으로 재닛은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나선다. 문학기금 지원을 받아 뉴질랜드를 떠나 문학적 토양이 비옥한 영국에서 예술가 친구를 만나고, 일을 하고 꾸준히 글을 쓴다. 하지만 재닛은 ‘나는 누구인가? 정신분열병 환자인가?’라는 질문을 떨치지 못하고, 자신의 진실한 자리를 찾기 위해 다시 정신과 상담을 시작하고 입원 치료를 받으며 재진단을 받아, 이전 뉴질랜드에서 진단받은(1945년) '정신분열병’이 오진이었음을 확인한다.(1957년)
언뜻 보기에 재닛의 삶은 피폐해 보이지만, 재닛 자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진실을 요구하며 인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호사(好事)라고 받아들인다. ‘나는 많은 사람이 이런 호사(好事)를 누리지 못하고 살고 죽는다는 것을 안다. (중략) 내 안의 어떤 고집, 집요함이 이러한 권리를 추구하고, 마침내 (중략) 내 이야기를 하는 호사, 진실의 호사를 요구하고 인정하는 고통을 알기에 이르렀다.’ (p259) 지난한 시간을 지나 재닛은 많은 시간을 함께한 ‘정신분열병에 걸린’ 자신을 보내고, ‘현실 세계’ 속 인생을 치유함으로써 문학을 동경하는 어린 소녀를 넘어 자신만의 '거울 여행’을 간직한 작가가 된다.
이 책을 영화로 만든 호주 출신의 감독 제인 캠피온은 서문에 재닛 프래임을 만난 1982년 12월 24일을 회상한다.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네. 오랜 친구들과 함께 보낼 생각이에요. (중략) 브론테 자매하고 보낼 거예요. 에밀리하고 샬럿이요.”
한 인간의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담은 자전 소설인 ‘내 책상 위의 천사’는 작가의 삶을 관통하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열망의 불씨를 읽는 이의 가슴에 번지게 하는 아름다운 책으로, 규정되어진 대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진실'을 좇는 재닛 프레임의 책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출판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