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용어와 일상용어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령,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실업급여’나 ‘실업수당’의 법전상의 용어는 ‘구직급여’입니다. 언론에서 피의자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부른다는 의미의 ‘소환’이라는 용어는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의 출석요구’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전상의 표기와 다르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의미가 다른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법원에서는 그 표기와 무관하게 실질적인 의미를파악하여 분쟁을 해결합니다. 흔히 말하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으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일상용어와 법전상의 용어가 많이 다른 것 중의 하나는 ‘교수’와 ‘교원’입니다. 언론은 물론 일상에서 홍길동은 ‘연세대 교수’라는 식으로 표기하지만, 사립학교법이라는 법전상의 표기로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교원 홍길동’이 맞는 표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교원이라 부르는 교사나 교수는 크게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소속으로 갈립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동등한 학력을 검정하는 교원 사이의 신분이 다르면 이상합니다. 전술한 사립학교 교수 홍길동과 국립학교 교수 홍길순으로부터 각각 배운 갑과 을이 소속 학교를 각각 졸업했다면, 그 갑과 을의 졸업장의 법적 성격은 다르지 않습니다. 갑과 을은 모두 대졸자이며, 소속 학교의 설립 및 운영주체가 다르다고 졸업장의 법적 성격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홍길동과 홍길순의 법적 지위도 원칙적으로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말하자면, 사립학교 교원인 홍길동은 엄밀히 말하자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이지만, 공립학교 교원인 홍길순에 준하는 신분보장이 이루어져야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보장됩니다. 헌법은 교육제도의 보장 차원에서 교원의 신분보장을 규정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6헌바33·66·68,97헌바2·34·80,98헌바39(병합)헌법 결정)는 ‘헌법 제31조 제6항이 규정한 교원지위 법정주의는 단순히 교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라거나 교원의 지위를 행정권력에 의한 부당한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규정이 아니고,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한 것까지 포함하여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교원 지위를 아무렇게나 규정하라고 헌법이 명령한 것이 아니며, 교원 신분을 강하게 보장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라는 의미로 헌법재판소가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전술한 논의는 사립학교법 제52조에 ‘사립학교 교원의 자격에 관하여는 국립학교ㆍ공립학교의 교원의 자격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라는 조문, 그리고 제56조에 ‘의사에 반한 휴직ㆍ면직 등의 금지’라는 표제로 각각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이면서도 강력한 신분보장을 헌법 및 사립학교법에 규정한 교원이라도 징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실은 제56조 제1항은 ‘형(刑)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이나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이라는 법문으로 징계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교원보다 강력한 신분보장을 규정한 법관도 징계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두30721 판결)는 신분이 보장된 교원이라 할지라도 업무수행 중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한 경우,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권자가 충분한 조사를 거친 결과 소속 교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징계의결을 요구할 의무가 있으며, 사립학교 교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가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 법령상의 징계의결 요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전술한 대로,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홍길동 교원’의 사용자가 올바른 법적 구성입니다. 그리하여 위 대법원의 사례에서는 A 학교법인이 사용자이지만, 실제로 A 학교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C 이사장이 징계 등 행위의 주체가 되며, 대법원은 위 판례에서 ‘A 학교법인의 B 사립학교에 고용된 갑 등 교원의 징계혐의에 대하여 충분한 조사를 거친 결과 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분명해졌음에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거나, 소속 교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두2611 판결)은 기본적으로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립학교 교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위 사안에서는 징계가 재량이 아닌 의무라 보았는데, 그 이유로, ➀ 이 사건 관련자들 중 甲은 사립학교 교원이므로, 이 사건 각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➁ 원고들이 적어도 교사 E에 관한 비위사실 조회를 요청하여 회신을 받은 행위와 관련하여 소속 교원인 甲에 대하여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아니한 것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권자인 원고 A법인의 법령상 징계의결 요구 의무 및 원고 A법인 이사장인 원고 C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교원의 신분보장과 결부된 사용자 사립학교법인의 재량을 부정한 사례입니다. 사안과는 별개로 개인의 중요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사기관에 열람신청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립학교법>
제52조(자격) 사립학교 교원의 자격에 관하여는 국립학교ㆍ공립학교의 교원의 자격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제56조(의사에 반한 휴직ㆍ면직 등의 금지) ① 사립학교 교원은 형(刑)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이나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다만, 학급이나 학과의 개편 또는 폐지로 인하여 직책이 없어지거나 정원이 초과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사립학교 교원은 권고에 의하여 사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
1. 사립학교법 제55조 제1항에 의하여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관하여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은 “사립학교 교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하고, 징계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며, 제1호에서 ‘이 법과 그 밖의 교육 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교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들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관련자들 중 교감인 甲은 사립학교 교원이므로, 甲이 사무직원인 乙, 丙과 함께 수사기관 등에 전 교장 D와 교사 E에 관한 비위사실 조회를 요청하여 회신을 받은 이 사건 각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두31782 판결 참조).
2.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64조, 제66조, 제70조의5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 또는 사무직원이 징계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해당 교원 또는 사무직원의 임용권자는 미리 충분한 조사를 한 후 관할 교원징계위원회 또는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하고, 해당 교원징계위원회 또는 징계위원회는 임용권자로부터 징계의결 요구가 있는 경우에 징계 여부 및 징계양정에 관하여 심의․의결을 하여야 하며, 임용권자는 원칙적으로 그 심의․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
위와 같은 사립학교 교원 등에 대한 징계 관련 규정의 내용에다가 이러한 관련 규정의 입법취지가 임용권자의 자의적인 징계운영을 견제하려는 데 있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권자는 소속 교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할 재량은 있지만, 충분한 조사를 거친 결과 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관할 교원징계위원회 또는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1390 판결 참조). 또한 앞서 살핀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립학교 교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가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령상의 징계의결 요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사립학교법 제19조 제1항은 “이사장은 학교법인을 대표하고 이 법과 정관에 규정된 직무를 수행하며 그 밖에 학교법인 내부의 사무를 총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제27조에 따라 준용되는 민법 제61조는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라 함은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행위자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통상 가져야 할 주의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923 판결 참조). 그러므로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소속 교원의 징계혐의에 대하여 충분한 조사를 거친 결과 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분명해졌음에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사립학교 교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에도 위와 같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두3072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