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는 드라마, 하면 사랑타령이 기본이었습니다. 대중가요에서도 끊임없이 사랑이 넘쳐났습니다. 오죽하면 ‘사랑공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다양한 소재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다양한 소재에서 오는 신선한 장면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을 끌어모읍니다. 식상하고 구태의연한 소재는 시청자들은 짜증과 분노의 길로 이끌 뿐입니다. k-한류의 선봉장이 괜히 k-드라마인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관리자의 애환을 사실감 있게 밀도 높은 구성을 한 드라마 ‘서울 자가에 사는 김 부장’이 연일 장안의 화제입니다. 당연히 시청률도 홈런입니다.
○대기업의 김낙수 부장은 우리 시대의 관리자의 전형입니다. 기업은 매출극대화에 목을 매는 조직입니다. 그 와중에 사내정치도 난무하고 처세술도 끊이지 않습니다. 동료는 동시에 적이라는 기업의 이중적인 속성에 더하여 조직의 안정을 위한 피라미드구조의 필연적 속성도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거주지, 주택부터 차량, 자녀 등 모든 것이 비교의 대상이고 서열화된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구조도 사실감 있게 그립니다. 드라마의 평가는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됩니다. 연기력부터 사실감, 그리고 현실과의 비교 등 시청자들의 매의 눈이 드라마의 인기를 반영합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김 부장’에서 왜 실무자의 입지에서는 승승장구했던 김 부장이 왜 관리자의 입지에서는 낙오자가 되었는가, 하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아들도 커나가면서 진급 누락이 한 번도 없었던 김 부장의 고행은 실은 드라마의 꽃인 갈등구조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 정답은 사석에서는 형님으로 부르는 극중 ‘백정태 상무’가 제시합니다. 실무자의 위치에서는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를 말끔하게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관리자는 직원을 관리해야 하고 외부와 접촉해야 하며, 언론에 홍보도 알게 모르게 해야 하며,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합니다. 괜히 관리자급 사원에게 법인카드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관리’와 ‘실무’의 차이는 이렇게 큽니다. 경영학의 주요 테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인사관리입니다. 백정태 상무는 김 부장보다 조직원의 장단점을 상세하게 파악합니다. 그리고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 부장은 개근하면서 시키는 일에만 충실하기만 합니다. 인사관리를 못한다는 상세한 묘사입니다. 기업도 하나의 사회이기에 주어진 역할(role)은 지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데, 관리자의 지위에 오른 김 부장은 그 역할에 미달한 것입니다.
○혹자는 김 부장에 가혹한 대기업의 처사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인터넷 댓글이나 유튜브의 댓글에도 그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기업을 운용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업의 구조적 속성인 피라미드조직은 필연적으로 관리직의 숫자를 감축해야 조직의 안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 부장이 관리직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숙달했다면 고초를 겪을 리도 만무합니다. 세상은 냉정하고 세상더러 자기에게 맞춰달라 할 수도 없습니다. 야박한 것이 세상의 인심이며, 이기적인 조직일 수밖에 없는 기업에서 백 상무만을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향후 전개는 미지수이지만, 김 부장의 생존을 위하여 그의 인사관리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사>
김낙수 휘하의 영업1팀 직원들. 대기업 공채 출신인 만큼 저마다 역량이 있을 테지만, 김낙수는 자신의 관점에만 사로잡혀 그들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바보들의 행진’을 거듭한다. 김낙수 휘하의 영업1팀 직원들. 대기업 공채 출신인 만큼 저마다 역량이 있을 테지만, 김낙수는 자신의 관점에만 사로잡혀 그들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바보들의 행진’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승진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김낙수. 그러나 회사는 일찌감치 김낙수를 내치기로 결정했다. 영업맨으로 현장에서 능력은 뛰어났지만, 팀을 진두지휘하는 관리자로 능력은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낙수는 성실하지만(회사에서 개근상이라니), 업무 스타일은 20세기의 그것과 다름없다. 자신은 예전 자신의 ‘꼰대’ 상사들 같지 않다고 항변하지만 그 자신은 ‘꼰대’ 그 자체다. 팀원들의 재능을 북돋기보다는 자신의 시선으로만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불합리한 상사이니 회사가 그를 임원감으로 볼 리 없다. 이 와중에 김낙수에겐 운도 따라주지 않는다. 회사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졌고, 말도 안 되게 겨우겨우 수습은 했지만 골프장 홀인원 기념사진이 대기업 통신사 3사의 담합으로 의심되는 빌미가 되어 백정태의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다. 마지막까지 영업 실적을 쥐어짜며 희망을 놓치지 않지만 결국 아산공장 안전관리팀장으로 좌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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