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려서 읽었던 ‘로빈슨 크루스’ 소설을 기억합니다. 로빈슨 크루스는 섬에서 홀로 집을 짓고 물고기도 잡으며 농사도 지으며 살아갑니다. 기본적으로 로빈슨 크루스의 일련의 행위는 자연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더군다나 외딴섬에서는 말리거나 감시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공동체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집을 지으려면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며, 물고기를 잡으려면 어로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농사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민이어야 가능합니다. 사회에서 이렇게 법률에 의한 규제를 하는 것은 공동체사회에서의 질서유지를 위함입니다.
○건축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날림공사 등 건축에 있어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건설산업기본법은 ‘아무나’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건설업의 등록제를 규정합니다(제8조 및 제9조). 그리고 건설공사에 있어서 공공의 안전을 위하여 각종 규제를 제도화합니다. 일반적으로 여느 산업에 대한 규제와 그 규제를 해소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지만, 거대한 규모의 시설을 구축하는 건설업에 있어서는 특히 돈이 많이 들며, 건설업등록을 위하여는 거액의 비용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건축업자들이 건설업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건설업면허를 임차하거나 무면허로 건설공사를 합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어쩌면 필연적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각종 행정상 형사상 제재를 규정합니다. 그리고 무면허 건설업자의 규제는 근로기준법에도 존재합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 및 제44조의2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면허건설업자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하도급의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하수급을 하지 않은 이상 그 하수급업자가 고용한 근로자의 체불임금에 대하여 책임이 없지만(제44조의2 제1항), 만약에 면허업체가 아닌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봅니다(제2항). 이는 직상 수급인의 범위가 상승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그럼 무면허건설업자인 직상수급인은 책임이 없는가, 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럴 리가 만무합니다. 제44조의 규정에 따라 책임을 부과합니다.
○그런데 건설현장에서는 건설회사의 이사 등의 직위로 등기를 한 자가 실제로는 ‘오야지’라 불리는 개인건설업자로서,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상례입니다. 통상의 오야지가 개인건설업자로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경우가 다수지만, 마치 법인체의 기관인 양 외관을 구비하면서 실제로는 오야지 개인이 불법하도급을 받는 경우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3844 판결)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가 규정한 ‘직상 수급인’이 아닌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도 직상 수급인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판결입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긍정했습니다. 위 대법원 사례는 면허건설업체인 A 주식회사가 도급받은 철근콘크리트공사 중 목공공사 부분을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B, 즉 무면허건설업자인 오야지에게 하도급을 주었고, B가 목공공사 현장에서 목수로 근무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B는 근로기준법 제44조에 따라 형사책임이 인정됩니다.
○여기에서 피고인은 A 주식회사의 실제 경영자(주위적 공소사실) 또는 A 주식회사의 사내이사이자 공사현장을 총괄 관리한 책임자(예비적 공소사실)로서 B와 연대하여 B가 사용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함에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이 A 주식회사의 ‘실제 경영자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로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4조의2의 위반행위를 한 행위자에는 해당한다고 보아, 양벌규정인 근로기준법 제115조를 적용하여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대법원도 피고인은 A 주식회사의 사내이사로서 A 주식회사 또는 그 대표이사 C로부터 포괄적인 위임을 받아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B에게 이 사건 하도급 공사를 하도급하는 업무’ 및 ‘하도급대금 지급 등 이 사건 하도급 공사와 관련하여 자금을 집행하는 업무’ 등에 관하여 사실상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이나 권한에 의하여 그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직상 수급인(A 주식회사)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직상 수급인이 아님에도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축소사실의 인정이 아니기에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한 판결로 오인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115조는 ‘사업주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해당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제109조 제1항, 제44조의2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사업주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의 벌칙 규정이 적용되는 직상 수급인이 아니면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을 때 벌칙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적용대상자를 해당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까지 확장하여 그 행위자도 아울러 처벌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양벌규정은 해당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 대한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는 기존의 법리를 적용하여 처벌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①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下受給人)(도급이 한 차례에 걸쳐 행하여진 경우에는 수급인을 말한다)이 직상(直上) 수급인(도급이 한 차례에 걸쳐 행하여진 경우에는 도급인을 말한다)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제1항의 귀책사유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①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11호에 따른 도급(이하 “공사도급”이라 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②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조(건설업의 종류) ① 건설업의 종류는 종합공사를 시공하는 업종과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으로 한다.
② 건설업의 구체적인 종류 및 업무범위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9조(건설업 등록 등) ① 건설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별로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등록을 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건설공사를 업으로 하려는 경우에는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건설업을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건설업의 등록을 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청하여야 한다.
③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출자한 법인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법인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항에 따른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
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은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건설산업기본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등록 등을 하고 건설업을 하는 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직상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직접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같은 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도405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문언과 형식,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는 ‘직상 수급인’으로 한정된다. 여기서 ‘직상 수급인’이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로서,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에게 하도급을 준 수급인에 해당하는 ‘사업주’를 의미한다.
나. 근로기준법 제115조는 ‘사업주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해당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제109조 제1항, 제44조의2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사업주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의 벌칙 규정이 적용되는 직상 수급인이 아니면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을 때 벌칙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적용대상자를 해당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까지 확장하여 그 행위자도 아울러 처벌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양벌규정은 해당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 대한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도8401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입법 취지와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라 함은,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업무’ 및 ‘하도급대금 지급 등 해당 하도급과 관련하여 자금을 집행하는 업무’ 등에 관하여 사실상 행위자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이나 권한에 의하여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서 그 행위자에게 독자적인 판단이나 권한이 있는지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입법 취지를 염두에 두고, 직상 수급인과 행위자의 관계 및 행위자의 지위, 하도급계약의 체결 경위, 하도급대금과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방식, 이와 관련된 자금의 집행 권한을 비롯하여 해당 하도급과 관련하여 행위자에게 부여된 권한의 내용과 범위, 하도급으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의 실질적 귀속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384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