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명시의무와 어느 변호사의 항변>

by 성대진

○변호사업계가 양극화로 몸살을 앓으며 동시에 단독 개업 변호사를 비롯하여 소규모 영세 사무소가 불황의 쓰라림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지의 사실 수준입니다. 메이저 로펌이 굵직한 송사를 넘어 법률자문, 그리고 각종 컨설팅을 선도하여 영업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에 비하여 영세 사무소는 송사에 집중한다는 것도 공지의 사실 수준입니다. 그런데 송사가 많을 때는 눈코를 뜰새없이 시간이 촉박하지만, 사건이 없을 때는 절간처럼 조용한 곳이 소규모 사무실의 풍경입니다. 다음 <기사>는 어느 소규모 변호사 사무실의 대표변호사가 이런 변호사업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배경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대표변호사 갑은 ‘사건 수임량과 업무시간이 고정적이지 않아 근로조건을 사전에 특정하기 어렵다.’는 논거를 내세웠습니다. 일견 갑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바쁠 때와 한가할 때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소규모 변호사 사무실의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뉴스를 검색해도 이런 류의 기사는 차고 넘칩니다. 사건이 많을 때는 ‘빡쎄게’ 그러나 적을 때는 ‘널널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갑은 근로계약의 명시의무를 위반한 죄로 기소되자 재판계류 중 위헌법률심사제청을 법원에 하였고,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막바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른바 ‘헌바’형)을 제기하였습니다. 영세 사무소의 영업현실이 이미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등장할 정도로 공지의 사실 수준임에도 헌법재판소는 기각합헌결정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근로계약의 다양성과 개방성에 있습니다. 위헌의 쟁점이 된 법률조항의 전제는 근로기준법 제17조가 규정한 근로계약의 명시의무입니다. 이 의무는 근로계약서에 구체화하기에 이를 근로계약서 작성의무로 이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양자는 엄밀히 말하면 별개의 것이지만,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근로계약서는 글자 그대로 근로의 현장을 전제로 합니다. 근로의 현장이란 농업, 어업 등 원시산업부터 제조업, IT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 무수히 많은 산업현장을 전제로 합니다. 천태만상의 산업현장을 동일한 잣대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어쩌면 무모할 수도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의 모든 것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것, 즉 기준이 되는 사항을 규율하는 법률입니다. 그래서 헌재(헌재 2006. 7. 27. 2004헌바77 등)는 이 근로계약서 명시의무의 존재의의에 대하여 ‘사용자의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근로관계의 ‘성립’ 단계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근로자가 근로조건이 미확정된 상태에서 계약관계에 들어서서 불리하거나 부당한 근로를 강요당하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며,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해당 근로조건에 대해 객관적 입증이 용이하게 하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조항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근로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영업시간이 불규칙한 것은 당연히 근로계약서에 담을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자체가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로시간의 약정을 이미 예정하고 있습니다. 재량적 근로시간부터 야간 및 휴일근로의 활용을 당사자에게 개방하여 효율적인 활용을 위임하였습니다. 법정근로시간과 그 연장에 대하여만 규율하였고, 그 한도에서는 얼마든지 당사자가 조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헌재(헌법재판소 2025. 11. 27. 선고 2022헌바154)도 ’현실에서 근로의 종류 및 형태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사업장마다 임금의 지급조건 등이 매우 다양하므로, 근로자의 임금을 이루는 구성 항목이 어떻게 되는지 및 그 구성항목별 금액이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관하여 모든 사업장을 망라하는 내용을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란 실은 사업장에서 활동하는 영업활동을 근로계약에 담는 장치의 속성이 있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심협력하여 영업활동을 문서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로계약은 개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헌소원을 제기한 변호사로서는 그러한 사업방향을 전제로 얼마든지 근로계약을 자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헌재의 기각합헌결정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기사>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가 근로계약서에 임금·근로시간 등을 반드시 적도록 한 근로기준법 17조(근로조건의 명시)가 자신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계약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사건 수임량과 업무시간이 고정적이지 않아 근로조건을 사전에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근로계약서에 임금·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반드시 적도록 한 근로기준법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상시 4명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법률사무소 대표 A씨가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근로기준법 17조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에게 근로계약 체결시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휴가 △근무장소 △종사할 업무 등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등을 서면으로 명시해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A변호사는 임금명세서 서면교부 의무 등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자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이 받아들이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는 “법률사무소 업무 특성상 사건 수임량과 시간 배분이 고정적이지 않아 근로시간·업무 내용을 사전에 특정하기 어렵다”며 “근로계약서에 구체적 조건을 적도록 한 규정은 직업수행의 자유와 계약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근로계약 핵심사항을 문서로 명확히 하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규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 정보가 비대칭적인 구조에서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는 것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 조치일 뿐, 사용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675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제55조에 따른 휴일


4.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②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판례>


사용자의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근로관계의 ‘성립’ 단계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근로자가 근로조건이 미확정된 상태에서 계약관계에 들어서서 불리하거나 부당한 근로를 강요당하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며,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해당 근로조건에 대해 객관적 입증이 용이하게 하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조항이다(헌재 2006. 7. 27. 2004헌바77 참조).


현실에서 근로의 종류 및 형태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사업장마다 임금의 지급조건 등이 매우 다양하므로, 근로자의 임금을 이루는 구성 항목이 어떻게 되는지 및 그 구성항목별 금액이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관하여 모든 사업장을 망라하는 내용을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은 이와 같은 전제에서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으로 규정하여(제2조 제1항 제5호), 구체적인 태양에 따라 실질을 기준으로 임금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 또한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며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ㆍ취업규칙ㆍ급여규정ㆍ근로계약ㆍ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으로 정의하며 구체적ㆍ실질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1964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31536 판결 등 참조).


한편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의 계산방법 등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함으로써 이를 명시할 의무가 있는 자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근로자를 사용종속관계 아래에 두어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자’로서, 중요한 계약조건인 임금 등을 스스로의 책임과 계산하에 결정하는 주체이므로 자신이 체결하는 근로계약상 임금의 계산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25. 11. 27. 선고 2022헌바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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