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위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by 성대진


-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학교 안의 각급 교과서는 물론 학교 밖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며 살아갑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큰 공자의 가르침 중의 하나가 실천궁행(實踐躬行) 또는 살신성인(殺身成仁)입니다. 모두 공자와 그의 제자그룹인 유가에서 강조하는 덕목입니다. 명나라에서는 이를 구체화한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기치로 내건 양명학이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불의적인 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중국을 넘어 동양에서는 즉각적인 실천을 강조하였습니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입니다.’라는 말 자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것이기는 하지만, 실은 이미 2,500년 전에 동일한 취지로 공자가 한 말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실천! 실천이 중요합니다. 실천이란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묵과 내지 방관과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실천 자체는 자유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악의 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악의 편으로 평가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이를 법률적으로는 ‘부작위’라 합니다. ‘하지 않는 것’과 ‘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다릅니다. 그러나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지 않는 것은 악의 편이 될 수도 있고, 법률적으로도 한 것, 즉 작위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의 부작위, 즉 작위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작위와 동등하게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부작위는 단순히 하지 않는 무위(無爲)가 아닌 ①위험발생방지의무자, ②선행행위자인 경우에 비로소 작위와 동등하게 법적 평가를 받습니다. 말하자면, 두 경우가 바로 작위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에 그 작위의무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제76조의3 제2항)’가 바로 그러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다음 <기사> 속의 사연이 바로 그러한 경우입니다.

○사안의 공공기관 부서장인 A가 자신의 감독 범위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한 부작위(inaction)를 했는데, 그 부작위를 작위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법원은 이를 긍정하였습니다. <기사>에서는 ‘대상판결의 핵심은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치의무 불이행이라는 부작위 자체가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직장 내 상급 관리자의 책임은 소속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가해행위를 하지 않는 소극적 의무에 그치지 않고, 부서 내 괴롭힘을 인지했을 때 이를 방지하고 해결해야 하는 적극적인 조치의무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한 것입니다.’라고 서술합니다. 그런데 부작위의 본질은 특정 행위에 대한 작위의무입니다. 법률이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의무를 강제한 것으로 규정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의 조치의무가 바로 이 작위의무라 본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됩니다(제76조의2). 법률을 떠나 소박한 시민의 시각으로도 직장 내에서 피해를 입는 근로자에게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구조의 필요성이 당연히 구조의무 내지 조치의무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정에서 구체적으로 그것이 발생한다고 봐야 합니다.

<기사>

공공기관(이하 ‘기관’)에서 부서장으로 근무하던 A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B에 의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의한 인권침해 피진정인으로 지목되어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A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여 기관에 대해 피진정인들에 대한 서면경고 조치 및 직장 내 갑질방지를 위한 특별 인권교육 수강 등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고, A는 이에 따른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A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처분사유의 부존재를 다투는 괴롭힘결정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중 주목할 사안은 부서장인 A가 자신의 감독 범위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한 부작위(inaction) 그 자체가 독립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26189




<형법>


제18조 (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⑦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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