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하면 소박한 시민에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입니다. 특히 현대차노조의 오명이 바로 이 파업입니다. 그런데 현대차노조에게 천형과 같은 ‘귀족노조’의 낙인이 생긴 연유이기도 한 파업을, 왜 현대차노조를 포함한 양대 노총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래식 언론을 중심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의 원인이나 이유 등에 대해서는 설명이 인색하고 오로지 ‘불법파업’이라는 낙인만을 가했습니다.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하여 헌법이 ‘노동 3권’으로 보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쟁의행위는 사용자에게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가 필연적임에도 근로자의 대 사용자 권익보호를 위하여는 사용자의 희생을 감내할 정도로 근로자의 보호가 필연적이라는 정책적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원인에는 인색하고 불법파업만을 강조하는 ‘보수’ 재래식 언론의 고질병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변해서 이제 노조도 기득권이라는 2030세대의 싸늘한 비판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약자의 대명사로 불리던 노조원들이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 미취업 청년들을 자극하였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노란봉투법은 하청노조라는 새로운 변수를 낳았습니다.
○명칭이야 제각각이지만, 프로스포츠에는 1군(메이저)과 2군(마이너)이 각각 존재합니다. 재래식 언론이 비판의 쌍포를 퍼붓는 것은 1군격에 해당하는 원청노조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2군격인 하청노조에는 무관심 그 자체인 것이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사측과 1군은 서로 상대로 인정하여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만, 노란봉투법의 제정 이전에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투쟁을 통하여 원청에 사실상 지배력을 인정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노사간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단체교섭을 체결하는 것은 ‘머나먼 길’이었습니다.
○혹자는 사용자의 개념에 대한 현 노란봉투법(현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단서)상의 개념이기도 한 ‘실질적 지배력설’을 택했다고 이해되는 현대중공업 판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 판결은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한해 사용자성을 확대한 판결일 뿐이며, 하청노조에 대하여 사용자성을 전면적으로 긍정한 것은 아닙니다.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는 형법상의 자수범도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의 주류는 사용자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는 입장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대법원 1986. 12. 23. 선고 85누856 판결 등 참조).
○노란봉투법의 제정으로 하청노조에게 복음의 소리가 들리나 했지만, 고용노동부의 노동조합법 시행령의 제정과 지침의 정립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 근원적인 문제점은 현행 노동조합법이 단체교섭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전제로 체결되어야 한다는 명제입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이와 관련하여 다음 <기사>는 실무적인 문제점을 정면으로 노정합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을 대상으로 한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쟁의조정 신청에 조정중지를 결정하여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하청노조원들은 환호할 것이 명백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롭게 다가옵니다. 원청노조는 이미 존재하는 노조이므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단체교섭을 해야하는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사용자가 요구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노조운동의 전초기지였던 현대차노조에서 하청노조를 ‘살갑게’ 동반한 전례가 없습니다. ‘2군노조’ 또는 홍길동이 쓰라리게 겪었던 ‘서자’ 취급을 한 것이 현대차노조의 크리티컬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아마도 ‘본조’라 불리는 원청노조는 교섭단위 분리(노동조합법 제29조의3)를 신청할 것이 유력합니다. 그간의 행태로 볼 때, 원청노조가 하청노조와 ‘겸상’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숨은 취지는 원하청노조가 단합하여 노조와 노조원의 권익을 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원청노조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다. 기득권, 하면 흔히 사용자만을 연상하나 원청노조도 강력한 기득권입니다. 2025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26년 춘투’에서는 노노갈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예상됩니다.
<기사>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을 대상으로 한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쟁의조정 신청에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내년 3월10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을 앞둔 전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현대제철·한화오션 원청, 세 차례 조정회의 모두 불참
중노위는 26일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쟁의조정사건 3차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원청쪽은 1·2차 조정회의에 이어 이날 회의도 불참했다. 중노위가 행정지도가 아닌 조정중지를 결정하면서 두 지회는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하청노조가 원청을 대상으로 쟁의권을 합법적으로 얻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노위는 이번 결과가 올해 7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3년 전 중노위의 판단을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산업안전에 대해 교섭 의무를 가진다는 1심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중노위도 2022년 현대제철과 옛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라며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조정위원은 이번에 조정신청된 교섭의제도 이전 판결·판정례와 달리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조정회의에서 쟁점을 좁혀가고 조정안을 제시하도록 하는데 (원청이 참여하지 않아) 조율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위원회는 ‘당사자 간 주장 차이가 커서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을 종료한다’는 주문과 ‘조정을 통해 합의가 되지 않았지만 서로 자율적 교섭을 통해 타결하거나 노동위 사후조정제도를 활용해 타결할 것을 권고한다’는 2개 주문을 남겼다”며 “지방노동관서와 노동위가 노사 간 쟁점을 자율적으로 확인하고 교섭하도록 여러가지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96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제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2개 이상의 노동조합 조합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교섭대표기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만, 제3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이 조에서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9조의3(교섭단위 결정) ①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라 한다)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