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업, 겸직과 해고, 그리고 손해배상>

by 성대진


○‘서울 자가 김 부장’은 직장인들에게 커다란 화두를 남겼습니다. 직장에서 주는 돈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인생은 어차피 자기가 개척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재주껏 재테크를 하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라는 것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들은 법전과 판례에서 추출한 법리로 세상을 재단하지만, 현실은 꼭 법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가령, 대법원은 근로자의 의무 중에서 충실(근로)의무와 성실의무를 강조하지만, 김 부장의 사례처럼 회사에 충실한다고 하여 인생을 회사가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드라마 속의 군상들처럼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재테크를 하는 자가 진정한 승자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기사>는 부업, 즉 대법원이 판례이론에서 밝힌 겸직금지의무의 일환인 부업을 행했다고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과추이를 밝히고 있습니다. 사측은 1심에서는 승소, 2심에서는 패소를 하였습니다. 부업과 관련한 송사는 크게 1).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경업)와 2). 경쟁 관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업자를 위해 일하는 것(겸업)이 있으며, 이러한 내용은 보통 근로계약서에 명시를 합니다. <기사>에서 등장하는 사연은 겸직의 경우입니다. 경업과 달리 전술한 ‘김 부장’에서 등장한 사례에서 보듯이, 겸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냐의 문제입니다. 비록 하급심의 사례이지만,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01. 7. 24. 선고 2001구7465 판결 참조)은 근로자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가진다는 전제하에 기업 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업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행간의 의미는 ‘김 부장’ 드라마에서 제기한 바로 그 문제, 즉 밥벌이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논거입니다. 법관들도 생활인이기에 강연이나 저술, 그리고 강사 등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관대한 판결을 내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취지는 민간기업에 한할 것이 아닙니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상 영리 및 겸직을 금지하는 공무원의 경우(국가공무원법 제64조)에도 일률적으로 겸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①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경우 ②공무에 대해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③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④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겸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 따라서 근로자가 회사 재직 중 사적으로 다방 영업을 수행한 것을 징계사유로 삼은 것에 대하여, 이로 인해 회사의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서울행정법원 2001. 7. 24. 선고 2001구7465 판결, 이 판결은 서울고등법원 2002. 7. 4. 선고 2001누13098 판결로 확정)는 자연스러운 전개입니다.


○경업금지나 겸직금지를 위반한 경우에 사용자가 취할 조치는 ①해고 등 징계절차와 ②손해배상청구소송의 두 가지인데, <기사>의 경우에는 후자의 경우입니다. <기사>의 경우에는 팀장급 직원이 재택근무를 이용해 부업을 하면서 3200만 원의 부수입을 올린 경우이며, 사전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업규칙을 위반한 경우이므로, 그 위반의 정도가 중합니다. 따라서 중징계가 가능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손해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1심은 인정했지만 2심은 부정했습니다. 손해배상의 근거로 사측은 불법행위를 들었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해도 두 요건은 모두 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1심과 달리 2심은 겸업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기사> 속의 사안이 아닌 일반적인 사안에서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근거와 산정이 극강의 난이도를 지닙니다. 다만, 항소심에서 손해배상을 부정한 것은 법원이 겸직금지에 대하여 유연한 태도가 기저에 담긴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사>

팀장급 직원이 재택근무를 이용해 부업을 하면서 3200만 원의 부수입을 올렸다면 '겸업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부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와 구체적인 손해액, 생산성 저하 등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봤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3민사부는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기업 A사가 디자이너 B씨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1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32287?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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