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남방한계선’, 그리고 지방발령>

by 성대진


○용인 반도체산단 중에서 현재 보상절차가 진행중인 삼성전자 공장의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이 붙었습니다. 참고로, 이미 시공중인 SK하이닉스 공장으로서는 이전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 뜨거운 논쟁에서 파생된 말이 장안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취업남방한계선!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지방을 꺼려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 합니다. 고려시대 향, 소, 부곡과 같은 천민거주지역도 아닌데, 왜 그리 지방을 기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수도권 거주 직장인들 상당수가 판교 이남으로 이주를 기피하는 것 자체는 현실입니다.


○헌법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그것은 개인 차원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사업체에서 종속적 지위를 지닌 근로자는 현실적으로 사업체는 지방으로, 때로는 해외로 인사발령을 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분명 존재합니다. 이 경우 서울을 고집하는 근로자에게 지방발령은 그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상의 불편함을 넘어 가족과 떨어진다는 고통은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거주한다는 사실 자체를 일종의 프라이드로 여기는 근로자도 존재한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습니다. 좋든 싫든 서울에서 거주지에 따라 일종의 계급도가 형성된 것은 쓰라리기는 하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방발령을 다툴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존재하는가, 라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은 그 기준을 제시합니다. 인사권은 경영권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사업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에게 해외발령은 물론 지방발령을 내릴 재량이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 내용 ·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라고 하여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지방발령을 내리는 것에 대하여 다툴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서울이 익숙하고 편하며, 서울 집값은 급등할 여지가 있기에 서울을 고집한다는 근로자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배척됩니다.


○그런데 지방발령의 탈을 쓰고 실제로는 ‘미운 놈 엿 멕이기’ 차원에서 행해지는 경우 등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경우도 존재합니다. ‘서울 자가 김 부장’에서 그런 생생한 현실을 확인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에 대하여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위 판례이론이 그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처분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입니다. 핵심 어구는 ‘업무상의 필요성’과 ‘생활상의 불이익’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생활상의 불이익은 존재합니다. 따라서 관건은 업무상의 필요성이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생활상의 불이익입니다. 아무리 업무적 필요가 존재하더라도 정상적인 거주와 근무가 곤란할 정도의 생활상 불이익이 존재한다면 이미 업무적 필요에 의한 인사발령이 아닙니다.


○대법원의 법리를 토대로 다음 <기사>를 봅니다. A는 사용자이고, B는 근로자입니다. <기사>는 ‘직원 24명을 대상으로 한 일괄 인사발령이었다. 하지만 B씨만 이를 거부하고 본사로 계속 출근했다. 강남구에 살던 B씨는 "시공 현장 경험이 없는 자신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본사 내 다른 부서 업무에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라고 사안을 설명합니다. 설명만으로도 B의 주장이 부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지방발령 자체가 부당하지 않은 이상 적임자 여부는 근로자 본인이 아닌 사용자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사> 속의 사안에서는 B의 거부를 이유로 A가 해고한 사안인데, 이는 해고의 부당성의 문제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기사>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6-1행정부는 최근 A건설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1심을 인용하고 회사 측의 청구를 기각하며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A사는 회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입사 3년차 B씨에게 서울 본사에서 천안 오피스텔 현장 공무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전보명령을 내렸다. 직원 24명을 대상으로 한 일괄 인사발령이었다. 하지만 B씨만 이를 거부하고 본사로 계속 출근했다. 강남구에 살던 B씨는 "시공 현장 경험이 없는 자신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본사 내 다른 부서 업무에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전보 탓에 발생하는 생활상 불이익이 커 부당하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전직·전보 처분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재량이지만,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지나친 경우에는 무효로 본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1064362i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 내용 ·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 다만,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등을 할 수 없는데(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해당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처분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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