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신청과 보수언론 보도의 문제점>

by 성대진

○2026. 3. 10.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런데 보수언론의 대명사인 조선일보는 다음 <기사>처럼 고질적인 ‘비틀기’로 사실을 왜곡합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에도 왜 이런 왜곡을 일삼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노란봉투법 중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은 이미 2010년에 대법원(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존재하는 원청 사용자의 경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노조원들의 책임을 제한하라는 판결(대법원 2017다46274, 2023. 6. 15. 선고)을 반영한 것도 노란봉투법의 내용입니다. 보수성향의 조희대 대법원에서도 인정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다음 조선일보는 ‘하청노조 교섭 신청, 하루 407건 쏟아져’라고 보도를 하면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요구를 마치 엄청난 범죄인 양 악의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임에도 부작용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청이 존재하는 사업장은 국내 전체 사업장의 극히 일부입니다. 국내 전체 사업장의 90%는 중소기업입니다. 여기에서는 대부분 하청은 물론 노조 자체가 없습니다. 노조원은 노조 이전에 근로자입니다.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노조라는 합법단체의 힘으로 주장하는 것을 범죄라도 서술하는 것은 근로자인 기자가 동료 근로자에게 칼을 꼽는 부도덕한 행태입니다.


○현실적인 문제점을 봅니다. 407건 중에서 단체교섭에 응한 원청 사용자는 딱 5곳입니다. 나머지 절대 다수의 원청 사용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딱 5곳 사업장이 마치 전체 사업장의 행동인 양 사실을 왜곡합니다. 402곳 사업장의 원청은 ①실질적 지배력의 부재를 이유로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하거나, ②교섭을 하되 하청 전체노조에 대한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요구할 것입니다. 후자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의 원하청 단체교섭매뉴얼은 ‘하청노동조합(원)과 원청노동조합(원)은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책임 범위, 근로자의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며, 전체 하청노동조합(원)은 하청사용자를 달리하더라도 계약외사용자인 원청사용자를 공유한다는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이 동일한 교섭단위에 속함’이라는 논거로 하청노조 전체의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요구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입니다. 하청노조 간의 교섭창구단일화절차는 지옥으로 가는 고난의 행군입니다. 왜냐하면 복수의 하청노조는 서로 간에 주도권 싸움으로 이전투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이것에 대하여는 침묵합니다. 그 이전에 각 하청노조는 원청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이 존재한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말하자면,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라는 관문 자체가 힘이 든다는 의미이며, 이렇게 확인된 원청의 사용자성에 더하여 각 하청노조들 간의 이전투구를 해야 한다는 함수가 존재합니다. 단체협상과정상의 고난은 생략하고 원청의 어려움만 과장하는 것은 정당한 보도 태도가 아닙니다.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은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의 존재를 간과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만, 법에 규정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악마와 싸워야 비로소 쟁취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은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사업주인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사내 하청업체의 사업폐지를 유도하고 그로 인하여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하였다면, 원청회사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라는 기념비적인 판례를 이끌었으나, 이 사건은 지방노동위, 중노위, 1심, 2심, 3심을 거친 판결로서, 하청노조는 승소판결을 받았어도 피눈물이 나는 사건이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외형상 하청노조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악마가 꿈틀거리는 법률입니다.

<기사>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하루 만에 하청 노조 407곳(조합원 8만1600명)이 원청 사업장 221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원청 기업이 직접 고용 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 노동자들의 상시적 교섭 요구에 시달릴 것이란 경영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하청 노조 교섭 요구 현황(10일 오후 8시 기준)을 집계해 공표했다. 407곳 중 357곳은 민주노총 소속이었다. 현대차·HD현대중공업·한화오션·롯데건설 등 주요 대기업뿐 아니라 연세대·고려대 등 대학,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들도 교섭 요구를 받았다.


정부는 “원·하청 간 대화와 타협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에 한해 교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노사 간 교섭 테이블이 차려지면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고, 노조가 파업을 협상 무기로 삼아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https://www.chosun.com/national/labor/2026/03/12/PSFPJBBFMRD3VOETOL6MFABRNM/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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