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무죄판결과 징계해고>

by 성대진

○1994년은 역대급 무더위, 북한 영변에 경수로를 건설하고 그 비용의 90%는 한국이 부담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합의, 그리고 김일성의 죽음으로 유명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에게는 그해는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으니 그것은 O.J. 심슨이라는 레전드 중의 레전드 미식축구 선수의 전처 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해였습니다. 그리고 형사판결에서는 무죄를 받은 심슨이 민사판결에서는 수백억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했던 일로 미국인들에게 사법불신과 동시에 민사판결과 형사판결이 별개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었습니다.


○같은 법원에서, 같은 자격을 구비한 판사가 민사와 형사라는 별개의 재판이라는 이유로 각기 다른 판결을 한다면 소박한 시민이라도 이를 불신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역사적 사실 자체는 하나임에도 달리 판단하는 것이 비논리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엄격한 증명의 법리에 따라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의하여만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심지어 ‘내가 범인이다.’라는 자백을 했어도 보강증거가 없으면 무죄판결을 해야 합니다. 민사에서는 당연히 패소판결을 받습니다. 이렇게 법률 자체가 형사와 민사는 별개로 판결하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음 <기사>는 형사판결과 행정판결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사안을 담고 있습니다. 사안은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한 버스 운전기사가 형사판결에서 무죄를 받았어도 그를 해고한 게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로 시작합니다. 무죄를 받은 운전기사라면 당연히 해고도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 소박한 시민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무죄를 받았다는 것은 엄격한 증명의 법리에 따른 공소사실의 유죄증거가 없다는 의미이지 해당 운전기사가 과실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과속의 운전기사가 운행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과속 그 자체가 중대한 과실입니다. 그런데 ‘자라니’, 즉 자전거를 타고 돌발적으로 뛰어든 운행자의 경우에는 해당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운행을 하더라도 사고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형사무죄이지만, 징계사실은 인정됩니다. 민사에서도 과실이 인정됩니다.


○법원이 정당해고로 본 핵심적인 이유는 이 내용입니다. <기사>는 ‘A씨는 2022년 10월 광주의 한 사거리에서 시내버스를 몰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보행신호가 들어오자 횡단보도 전의 차도를 통해서 무리하게 건너려 한 피해자와, 적색신호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A씨의 운행이 겹친 사고였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차량 내 승객 2명도 다쳤다.’라고 설명합니다. 바로 여기에 정답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횡단보도를 무리하게 건너려고 했던 과실이 존재했고, 가해자인 근로자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과실이 존재했으며, 이 과실이 경합하여 해당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당연히 징계사유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전의 비위사실을 종합하여 정당한 해고의 구성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이 형사판결과 민사 및 행정판결을 달리 판단하는 것은 다음 대법원(대법원 2015.10.29. 선고 2012다84479 판결 참조)의 논거가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여기서의 증명이란 엄격한 증명을 의미합니다.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로 증명력을 확증하는 경우라야만 비로소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증거능력은 없더라도 증거 자체는 존재하거나 법원으로 하여금 확증을 인정하는 증거가 없는 경우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한 버스 운전기사가 형사판결에서 무죄를 받았어도 그를 해고한 게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A씨가 과거 18건에 달하는 교통사고를 유발한 점 등을 들어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형사판결에서 받은 무죄가 해고 징계 사유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행정부는 최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22년 10월 광주의 한 사거리에서 시내버스를 몰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보행신호가 들어오자 횡단보도 전의 차도를 통해서 무리하게 건너려 한 피해자와, 적색신호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A씨의 운행이 겹친 사고였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차량 내 승객 2명도 다쳤다.


A씨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A씨는 입사한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총 18건의 교통사고를 저질렀고 근무정지, 3개월 정직 등 징계를 여러번 받았다. 이는 이 회사 운전기사 중 가장 많은 사고 건수였고 피해액만 1억7500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이 사고 직전에도 시내버스를 급출발하여 차내 승객이 넘어져 전치 12주의 척추압박골절상을 입게 한 적이 있다.


A씨는 사고를 낼 때 마다 반성문과 경위서를 제출했고 안전교육도 받았지만 그때 뿐이었고 안전불감증은 바뀌지 않았다. 되레 이번 사고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운전행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의 안전운전 수준은 다른 기사들과 다르게 '매우 위험' 수준이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59491




<대법원 판결>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나,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의 유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이 있다는 의미인 반면,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도 아니다.


(대법원 2015.10.29. 선고 2012다84479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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