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어린 천재로 불린 에드가 앨런 포가 지은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은 현대 추리소설의 효시로 꼽힙니다. 이 작품을 읽은 분이라면 두 가지의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첫째는 범인이 오랑우탄이라는 점과 둘째는 오랑우탄도 사람처럼 지문이 있다는 점입니다. 오랑우탄이 사람을 살해한다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을 추리하는 인물로 탐정의 원조인 뒤팽이 등장하여 난제를 실타래처럼 풀어갑니다. 포의 기발한 플롯은 추리소설의 맛은 독자의 흥미를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 묶어둔다는 원형을 창조했습니다. 여기에서 추리란 범인의 신원을 특정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추리의 단서는 지문이나 음성, 그리고 인상 등 범인의 신체에서부터 의상이나, 발자국 등 유형물로 확장이 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합하여 모두 신원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수사기법에서도 범인 검거의 단서는 단연 범죄현장에서의 신원정보입니다. 다만, 그 채집과정은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뒤팽의 방법에서 당연히 발전했습니다. 특히 CCTV나 통화녹취록은 뒤팽시대에는 활용이 불가능한 수사기법입니다. 아무튼 시대가 변했다고 하더라도 범인을 검거한다는 것은 범인의 신원, 즉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신원정보는 개인정보와 등가어입니다. 개인정보는 그 개념 자체는 뒤팽이 추적하던 것과 동일하지만, 범죄수사의 목적인 개인정보과 보호의 대상인 개인정보는 그 성격과 차원을 달리합니다, 수사과정에서 개인정보를 탐지하는 활동은 치안과 질서의 유지라는 정당한 공익작용이지만, 인간존엄의 실존적 주체로서의 개인정보는 사적 공간을 유지하고 누리고자 하는 본능의 영역입니다.
○주요 선진국은 단행법으로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정하여 개인정보를 보호하는데, 우리도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정하여 개인정보를 보호합니다. 개인정보의 개념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 가목)’를 원칙으로,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나목)’까지 포함합니다. 다만, 가명정보도 보호합니다(다목). 그런데 노동법의 영역에서는 사용자가 필연적으로 근로계약의 시점부터 근로자의 퇴사시점, 나아가 기업의 폐업의 시점까지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근로자의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근로계약은 사용자가 근로를 수령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관계이기에, 필수적으로 근로자의 개인정보도 수령하여 사회보험에 가입시켜 관련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으로는 사용자가 근로자라는 정보주체(제2조 제3호)로부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주체, 즉 개인정보처리자(제5호)가 됩니다. 말하자면, 개인정보의 주체인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 의무는 근로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근로관계서류를 보관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의 의무(제42조)와 사실상 중첩적으로 지게 됩니다. 사회보험법은 사용자에게 사회보험의 처리를 법정의무로 규정하였고, 사회보험법령에 규정된 의무를 사용자가 이행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개인정보의 이용이 수반됩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 한도에서는 정당한 이용권자가 됩니다.
○그런데 기업이 쇠망하여 더 이상 기업경영의 필요성이 사라지면, 일부 악덕 사용자는 기업의 재산은 물론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할 동기가 생깁니다. 가령,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팔아먹는 등의 경우가 그 실례입니다. 이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형벌조항이 등장하게 됩니다. 사용자가 정보주체, 즉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그 사정을 알면서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 등의 폐기에도 신중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기본목표는 영리활동이지만, 부수적으로 근로자의 개인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말한다.
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나.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가목 또는 나목을 제1호의2에 따라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ㆍ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이하 “가명정보”라 한다)
2. “처리”란 개인정보의 수집, 생성, 연계, 연동, 기록, 저장, 보유, 가공, 편집, 검색, 출력, 정정(訂正), 복구, 이용, 제공, 공개, 파기(破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를 말한다.
3. “정보주체”란 처리되는 정보에 의하여 알아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 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
4. “개인정보파일”이란 개인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열하거나 구성한 개인정보의 집합물(集合物)을 말한다.
5. “개인정보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제71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7조제1항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같은 항 제1호(제26조제8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근로기준법>
제42조(계약 서류의 보존) 사용자는 근로자 명부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