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직접 읽지는 않았어도, 학창 시절에 그 내용 자체는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막상 읽다 보면, 제목 그대로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가슴에 맺혀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대지주의 수탈에 신음하는 소작농들의 찌들은 가난이 포도송이처럼 맺히는 장면 하나 하나가 이역만리 고려, 조선, 그리고 일제강점기 농민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데쟈뷰에 놀라기도 합니다. 실은 로마의 라티푼디움부터 중세 유럽의 장원, 그리고 고려의 농장 등 대지주에 의한 소작농의 수탈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저절로 깨닫는 속담이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를 만난다.’는 것입니다.
○오클라호마(지금도 여기는 미국에서 낙후된 주입니다)의 소작농인 주인공이 캘리포니아 드림을 꿈꾸면서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했지만, 수탈은 거기나(오클라호마) 여기나(캘리포니아)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맺힌다는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분노의 포도’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현장소설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농민들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다른 농지로 이주를 하는 경우보다 도시로 이주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처럼,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촌인력이 도시로 향하는 이른바, ‘이촌향도’가 발생하는 것이 보편적인 양상이었습니다. 양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소작농들도 오대호 연안 등 공업지역으로 이주하여 선박이나 전쟁무기 등을 생산하는 생산직으로 근무했던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도시가 미국의 러스트벨트(Rust Belt)입니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민정책을 쓴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하여, 마치 ‘분노의 포도’에서의 이주처럼,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집단이주한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촌향도가 집중된 것은 박정희 정부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모두 주민들의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렇게나 호화을 누리던 미국의 러스트벨트는 미국 경제의 발전에 따른 사양산업으로의 전락이라는 부메랑 효과를 받습니다.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은 근로자의 전반적으로 고임금이라는 의미이며, 고임금은 생산단가의 인상, 나아가 국제경쟁력의 약화, 그리고 지역경제의 쇠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미국의 철강이나 선박 등의 제조업이 붕괴되고 러스트벨트로 전락한 것은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결과이지, 트럼프가 주장하듯이, 중국이나 한국의 덤핑에 따른 불이익이 아닙니다. 러스트벨트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기 마련이며,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러스트벨트가 있는 반면에 선벨트는 미국의 부와 중산층이 이동하는 현실을 냉정하게 묘사합니다. 실은 러스트벨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선벨트의 존재를 예견하게 합니다. 선벨트의 대표 주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분노의 포도’에서 수탈하는 대지주와 기업이 등장했던 캘리포니아입니다. 당시만 해도 대규모 농장을 통하여 소작농을 착취했던 그 캘리포니아가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미국 IT의 힘과 부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텍사스, 플로리다 등 선벨트의 주요 주가 새로운 부자 주로 등극했습니다. 이를 미국 내 ‘부의 이동’, 나아가 ‘부유층의 이동’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인 근로자를 쇠사슬로 구금한 조지아 주도 신흥 선벨트로 각광받는 곳입니다. 조지아 주지사가 도로명을 한국기업을 따서 지정하기도 했던 주라는 것을 도무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격변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인에게는 러스벨트의 표나 선벨트의 표나 모두 1표라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도 모두 러스트벨트 유권자에 대하여 사탕발림을 했습니다. 그 내용은 중국, 한국 등이 이들의 일자리, 나아가 이들 국가의 불법체류자가 이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흑선전을 하면서 일자리를 돌려주겠노라고 사탕발림을 했습니다. 쇠사슬 체포의 배경에는 이런 사실이 묻어 있습니다. 이번 쇠사슬체포가 발생한 조지아 건설공장은 선벨트 내의 제조업 현장으로서, 러스트벨트에서 오래 전에 각광받았던 제조업을 부흥하는 역사적 현장입니다. 그러나 오래 전에 러스트벨트에서 피땀을 흘리던 근로자는 간 데가 없으며, 기술자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불체자 신분인 기술자를 붙들고 기술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불체자는 추방하면서 내국인의 고용은 늘리자는 트럼프 및 마가세력의 행동이 얼마나 모순적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사>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의 귀국 절차가 늦어지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들의 귀국 대신 미국에 계속 남을 것을 권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구금된 한국인이 애초 이날 출발하려다 돌연 연기된 '미국 측의 사정'이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면담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늘 오전 조 장관이 루비오 장관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국 측 사정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 국민이 모두 숙련된 인력이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미국의 인력을 교육·훈련 시키는 방안과, 아니면 귀국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 지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미국(루비오 장관)도 우리 의견을 존중해 (구금 한국인이) 귀국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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