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 Jan 21. 2022

[보통의 일상 04]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나 결혼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결혼 소식을 알렸다. 나는 놀람과 동시에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결혼이라니... 참 시간 빠르다. 어느새 가까이서 결혼 소식을 듣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결혼 발표로 인해 새삼 내 나이를 다시 떠올려 보게 된 것이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20대가 찾아오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20대 초반은 훌쩍 지나가고 사라져 버렸다. 아직도 내가 어린아이 같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어른이라니...

돌아보면 성숙해지기는커녕 어린아이처럼 굴 때가 더 많은 듯해서 괴리감으로 후회하는 날들이 많았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늘 그렇듯 힘들었다.      


욕심을 내려놓는 일, 질투하지 않는 일, 잘못을 인정하는 일, 책임을 질 줄 아는 일, 고집을 꺾는 일,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 인내하는 일 등등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자질이 필요했다. 어쩔 때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저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가 죽겠는데.‘라는 마음으로 잠수를 타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다. 모든 걸 다 놔버리고 숨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도 많았다. 그마저도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한때는 불만이었다. 19살 미성년자로 살다가 20살이 되니까 넌 이제 어른이야 하면서 나를 지켜왔었던 울타리를 확 뺏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른들의 세계에 등 떠밀려 어른인 척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만 했다. 어렸을 때는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멋있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러 왔었다. 물론 미성년자 때는 할 수 없었던 자유가 있었지만, 그 자유도 결국 책임과 인내심이 따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유 속의 구속이었다.   

  

여전히 부족하고 배울 것도 많고, 실수를 하는 일도 많다. 견디고,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 나가고 있다. 

내면의 성장통은 끊임없이 어떤 모양으로도 찾아온다. 성장은 죽는 순간까지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먹고 가치관이 변하고, 생각이 바뀌면서 내면의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성장통의 과정에서 아파하고, 무너지기도 하고, 한 발짝 나아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살다 보면 언젠간 좋은 날도 있다. 이건 모두가 경험한 일일 것이다. 괴롭고 힘든 시간들이 잠시 오래 머무를 수는 있으나, 영원히 그곳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좋은 날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순간에 의연해질 수 있어야 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며, 꾸준히 나아가면 된다.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말이다.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에 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