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풀려 산책을 나섰다. 1시간 가까이 걸었다. 걷다 보니 동네가 조금씩 바뀌어 있었다.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주차장이 생기고, 산책 코스처럼 길을 만들어 놓기도 하였고, 공공 화장실도 생겼다.
사람들의 수요가 많으니 그에 맞게 변해가는 것이었다. 동네가 풍경이 좋아서 산책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가 있고, 햇빛에 바다가 반짝반짝거리고, 멀리 섬도 보이고, 자갈들과 모래들,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 등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있었다.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새로 생긴 카페도 있었다. 시간대가 늦은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있진 않았다.
깔끔한 내부와 라이언 인형과 함께 피아노가 있었고, 책들로 가득 찬 책장도 있었다. 북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2층에는 풍경을 바라보고 앉을 수 있도록 소파가 창문 쪽을 향해 있는 자리도 있었고, 그냥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해둔 곳이 있었다. 그 옆으로는 야외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테라스에는 그네랑 잔디밭으로 꾸며 놓았다. 그 위로는 나무들을 심어서 꽃이 피면 아주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에 앉아 밀크티를 먹으며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데 탁 트인 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도 뻥 하고 뚫리는 것만 같았다. 답답하게 지내다가 오랜만에 나온 외출에 설렌 것인지, 새로운 낯선 곳에 대한 기대였는지 모르겠지만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이 주는 힘은 강한듯하다. 자연 그대로의 힘.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자연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 본질적인 에너지를 사람에게 아무 대가 없이 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주 큰 바위들이 깊이 박혀 있어 그곳으로 올라가 바라본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경이로움에 가까웠다.
사진으로 찍었지만 왜 사진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좋은지를 알 듯했다. 사진보다 두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좋았다. 가까이에 있지만 가까이 갈 수 없는 그런 기분. 닿을 것만 같지만 닿을 수 없는 기분. 왠지 모르게 작아지는 기분. 그런 것들이 묘한 감정을 주었다.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아름다웠고, 계속 있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쉬워 조만간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땐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받았던 에너지를 그 사람들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을 때 같이 있는 것이 살면서 위안이 될 때가 있고, 조금 덜 후회하게 만드는 일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일이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더 소중하게 만들기도 하는 듯하다. 쌓여가는 추억만큼 소중한 것도 없는 듯하다.
기대 없이 걸었던 산책이 힐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