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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고.

개인적인 감상문에 불과한 독후감.

by 연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킨케이드의 사랑 이야기이다. 단 나흘만의 사랑이 평생을 그리워하게 하고, 애달프게 만든 시간이었다. 짧게 마주한 사랑의 시간은 삶의 끝이 다하는 그 순간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만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런 사랑이야기였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우연이 운명의 곁에서 두 사람의 생애를 애틋함으로 만든 사랑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중년의 나이에 서로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여 서로의 곁을 떠나가게 된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다 생애를 마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란 것은 눈부시고 반짝이는 힘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면 흔히들 어떤 것에 있어서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고들 말하지 않는가. 프란체스카는 낭만 없는 시골 아이오와에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다가 로즈먼 다리 사진을 찍으러 온 킨케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사랑으로 마음을 가득 채웠다. 킨케이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마지막 카우보이라 정의하며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떠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다 프란체스카를 만나 마음속에 비어있었던 어떤 하나의 빈 점을 가득 채우게 된다.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는 그 사랑을 애달파하고 추억하며 생애 마지막까지도 그 순간에 머무른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그토록 기다리고 그리워할 수 있을까. 단 나흘만의 사랑인데 그것이 삶의 마지막, 아니 죽어서까지도 애틋한 것일까. 킨케이드는 프란체스카에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것이라고 했다. 몇 번을 다시 살더라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의 사랑을 보며 처음엔 되게 소나기 같은 감정. 즉 충동적인 감정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만난 지 겨우 나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시하고 지루하고 공허한 삶에 그저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였을 뿐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의 생각은 점차 변해갔다. 서로에게 쓴 편지와 서로를 향해 내딛고 있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보면서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였든 감정에 꼭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자신을 이해하는, 이해받는 그런 사람을 삶에서 만난다는 일은 얼마나 값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삶에서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어떠한 끌림을 발생시키는지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알아봐 주는, '나'라는 세상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평생에 엄청난 운이 작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운명은 나를 비켜갈 수도 있고,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운명이 나를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내가 어쩌지 못하게 걷잡을 수 없이 파고든다면 나는 피해 갈 수 있을까. 프란체스카처럼 다시 춤을 출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오지만 그것을 오롯이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강렬한 감정을 외면할 수 있을까. 더 이상 감흥할 것이 없는 세월을 살아도 운명이란 것은 때론 가혹하고 눈부시게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킨케이드가 말한 단 한 번만 찾아오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사랑은 사회적 도덕성에 어긋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저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만을 생각하며, 그들의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 한켠의 빈 공간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사랑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관념을 무시한 채 말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것을 배제한다면 그들의 사랑만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그 사랑만을 말이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단 한번 찾아오는, 몇 번을 살더라고 다시 오지 않을 확실한 감정을 그려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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