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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싫지만, 가족은 원해요

by 연우

가족이 필요하다.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바람이 꼭 결혼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결혼은 싫다. 그런데도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지 않았는가. 결혼도 결국, 생판 모르는 두 사람이 종이에 도장을 찍고 가족이 되는 일이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서로에게 맞춰가야 하는 건 똑같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연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듯이, 그저 함께 삶을 나누면서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심지어 친구끼리도 함께 살아가며 가족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이기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의 '집안'까지 받아들이는 게 부담스럽다. 그저 그 사람과의 관계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서로의 가족까지 깊이 얽히고 싶지 않다. 이것도 모순일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관계를 가족이라고 부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게 꼭 거창한 제도나 의무로 구성되어야 하는 걸까. 서로 마음이 잘 맞고, 서로를 의지하고 기대며, 삶을 존중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우선순위가 되는 것. 그런 관계가, 나에게는 가족이다.


친구와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같이 밥을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하루를 채우며, 무슨 일이 생기면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가족이다.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고,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누고, 좋은 걸 보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 그런 가족을, 나는 꿈꾼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가족은 너무 이상적이고 불안정하다고. 어느 한쪽이 결혼을 하거나, 어떤 이유로 인해 멀어진다면 그 관계는 쉽게 깨져버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결혼했다고 해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결혼 역시 언제든 흐트러질 수 있는 관계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결혼을 원하지 않지만, 그저 따뜻한 가족을 원하는 사람들이 분명 이 세상엔 존재할 것이다. 무엇이 정답이고,어떤 형태가 옳은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건 그저, 내 작은 바람이다.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사적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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