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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선택할 수 없는 인연

by 연우


가족은 때때로 나를 힘들게 한다. 처음부터 내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 바로 가족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가족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안에 ‘속해져’ 있었을 뿐,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흔히들 말한다. 하늘이 정해준 인연, 끊을 수 없는 천륜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천륜이라 할지라도, 결국 끊어질 수 있는 것이 인연이다. 질긴 줄 같아 보여도, 툭 하고 끊어버리면 끝이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오면서 가족과 부딪히는 날들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끝없이 오해하고, 상처 입히며, 그렇게 살아왔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며 기대 속에 지쳐왔는지도 모른다.


가족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고통을 가져온다. 입술 끝에 모난 말들이 맴돌고, 날카로운 언어로 서로를 찌르고, 상처 입히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간다. 이것만큼 아이러니한 형벌이 또 있을까. 가족이니까 참아야 하고, 가족이니까 이해해야 하고, 가족이니까 결국엔 용서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각자의 선(線)을 가지고 산다. 그 선을 가족이 넘었을 때, 그건 가족이기에 용서받아야 하는 일일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어떤 일은 넘어갈 수 있지만, 어떤 일은 절대 넘길 수 없다. 그런데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그 기준조차 무시당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그럴 때마다 나는 숨이 막힌다. 목울대를 타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결국엔 절망으로 변해 나를 삼킨다.


이 글은 가족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현실에 대한 작은 반항의 몸짓일 뿐이다. 가족이라도,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가족이라고 해서 다 아는 것도 아니며, 서로를 전혀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가족은 분명 삶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때때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삐걱거릴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남보다 가족에게서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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